[기고]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상법을 가질 나라

머니투데이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 2013.08.12 07:00
상법 개정논의가 한창이다. 현행 상법상 기업의 선택에 맡겨져 있던 전자투표제·집행임원제·집중투표제 의무화,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의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이 그것이다. 모두 입법화 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상법을 가지게 될 것이다.

입법 이후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 대기업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자투표제를 통해 소수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주주총회에서 일반 이사들을 선출할 때는 집중투표제 때문에 소수주주들이 지배주주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반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 선출 시에는 지배주주가 아무리 많은 주식을 보유하더라도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소수주주들의 입장을 대표할 이사의 선임가능성은 상당히 커지는 반면 지배주주의 입장을 대표할 이사의 선임가능성은 그 만큼 줄어든다.

그리고 이렇게 선출된 총 이사들 중 과반수 이상은 지배주주로부터 독립된 사외이사로 채워져 있어야 한다. 이렇게 지배주주의 권한이 상당히 제한된 상태에서 선임된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그것도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넘는 이사회에서 경영을 실질적으로 담당할 경영진(임원)을 뽑아야 한다.

집행임원제가 의무화되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지배주주와 경영철학을 공유하는 임원들로 경영진을 구성하며 오너경영체제로 사업을 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기업집단구조에서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으로 더욱 어려워진다. 모(母)회사의 소수주주들이 자기 회사의 경영진뿐만 아니라 별도의 법인격을 가진 자(子)회사의 경영진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상법개정의 근저에는 지배주주 중심의 오너경영체제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오너의 권한남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수주주의 권한강화가 항상 지배주주의 권한남용을 통제해 회사가치를 증진시키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시세차익을 통한 단기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부 투기자본이 강화된 소수주주권을 악용해 회사의 지속적 성장을 훼손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요원인으로 이러한 단기이익추구가 지적되는 것만 보더라도 그 위험성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외국에서는 지배주주와 같은 장기적 주식소유자들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주식이나 로얄티 주식 등이 단기주의 극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창조적 파괴’를 주창한 슘페터(Schumpeter)는 이미 오래전에 대규모 회사가 혁신의 주체임을 강조했다.

‘혁신경제’를 강조한 포터(Porter)는 장기적 주식보유자인 지배주주들이 일반 주주들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회사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창조경제 달성을 위해서는 대규모회사에서 지배주주가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을 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R&D와 신사업에 과감히 투자해 창의적이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기까지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상법개정안에서 제시하고 있는 개별제도들이 회사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획일적으로 강요한다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창조경영을 통해 이루어지고 창조경영은 회사지배구조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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