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3%룰 개정되면..공기업도 외국계펀드 사냥감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13.08.12 06:00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 강원랜드 등 공기업..정부 지분 지배력 약해져

오는 25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정부가 대규모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 공기업도 외국계 펀드들의 '사냥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달 17일 입법 예고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2조 이상 상장 회사의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와 분리 선임토록 하고, 이 경우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토록 했다.

감사 또는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 지분을 합쳐 3%로 제한하고,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개별 3%를 초과하는 지분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정부 지분이 많은 한국전력이나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도 감사를 선임할 때 개정상법에 따라 대주주(정부) 지분이 제한돼 외국계 헤지펀드의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 가스공사 등 '3%룰' 적용되면 헤지펀드에 날개= 올 초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은 총 295개로 이 가운데 상장된 공공기관은 한전, 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강원랜드,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자산이 2조원을 밑도는 한전KPS, 한전기술, GKL을 제외한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강원랜드 등이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3%룰'을 적용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공기업의 기관장이나 임원은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따라 정부가 선임하게 되지만 자산 2조 이상 상장 공기업은 특례조항에 따라 주총 결정에 따른다.

현행 공운법 25조4항에 따르면 공기업 감사는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하면, 주무부처 장관이 제청하고, 이를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또 자산 2조원 미만인 경우는 임원추천위의 복수 추천을 거쳐 운영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친 사람을 기획재정부장관이 임명해 언뜻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공운법 특례조항으로 제27조(사원총회가 있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임원 선임에 관한 특례)로 주총이나 출자자 총회 등 사원총회가 있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우 다른 법률에 의거해 사원총회를 거치도록 한 경우 이를 따라야 한다.

◇헤지펀드 감사 선임시..전기·가스요금 인상 요구할 수도=특히 한전, 가스공사 등은 공운법 외에도 '공기업의 경영구조 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공기업민영화법)'에 적용을 받아 사장과 이사 등을 주총에서 뽑도록 명시돼 있다. 주총 의결사항 등은 이번에 개정되는 상법의 3%룰을 적용을 받게 돼 있다.


기타 공기업으로 강원랜드, 지역난방공사 등도 감사선임시 공운법에 따라 주주총회를 거쳐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도 "공기업들은 상법에 앞서 공운법과 공기업민영화법에 따라 임원을 선임하고, 해당 법에 정하지 않은 것은 일반 상법에 준한다"고 확인했다.

현재 한전은 정책금융공사(29.94%)가 최대주주이고, 정부도 21.17%를 보유하는 등 정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1.11%다. 현재는 이 지분율로 이사로 선임하고,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상법이 적용되면 감사나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51.11% 중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밖에 행사할 수 없다.

반면 한전 지분 6.17%를 보유하고 있는 JP모간(ADR 예탁기관)은 실제 주식 소유주들이 3% 미만으로 나눠져 있어 보유 지분 전량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외국인들의 한전 보유지분은 22.51%다.

드러난 것만 보면 정부 3% vs 외국계 지분 22.51%다. 감사 선임과 관련 표 대결이라도 진행될 경우 정부가 결코 유리하지 않은 형국이다. 사외이사인 감사를 선임할 때는 개별 3%를 적용해 정부는 6%의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도 비슷하다. 기획재정부가 26.86%로 최대주주이며, 한국전력 24.46%, 국민연금 7.3%로 정부의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치면 58.63%이지만, 감사 선임 때는 최소 3%(감사 또는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 선임시)에서 최대 9%(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시) 밖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계 헤지펀드 입김이 커지는 경우 전기세나 가스요금의 인상 등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고배당 등을 미끼로 소액주주들을 끌어들여 정부 지분을 압박해 투자 수익을 얻으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공기업은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배제하지 않고, 이미 도입해 정관에서 배제한 민간 기업들과 달리 감사 분리선임이 시행될 경우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06년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이 KT&G(담배인삼공사)의 지분 6.59%를 확보하고, 우호세력인 워렌 지 리크텐스타인 스틸파트너스 대표를 사외이사로 진입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상장 공기업에서 이같은 일은 더욱 빈발하게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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