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아시아 금융위기 2.0

머니투데이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 2013.08.09 06:04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지난 1997년의 쓰라린 고통을 우리는 IMF 외환위기로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 IMF 위기는 당시 아시아를 강타하였던 Asian Credit Crisis의 일부분이었을 뿐이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 중국의 등소평과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에 의해 추진되어온 세계경제와 금융의 글로벌화 현상으로 인하여 경제나 금융위기가 특정 국가를 넘어서 지역으로 확산되고 전이되는 현상이 일반화한 지 이미 오래다.

90년대 이후 남미경제의 위기, 아시아 금융의 위기, 그리고 2010년 이후 본격화한 유럽 금융위기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의 경우 금융위기가 거론되기 시작할 초기단계에서는 금융부실이 심각한 아이슬란드나 그리스 등 극히 일부 국가에 한하여만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으나 이와는 반대로 오히려 극히 일부 국가만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유럽 국가들에 금융이나 실물경제를 통하여 금융위기와 충격이 전이되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아시아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걱정이다. 아시아 신흥국들의 GDP 대비 은행대출비율이 1991~1997년에 80%에서 100%로 상승하면서 결국 1997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였고 이후 부채규모의 축소(deleverage)를 통하여 2000년에는 은행대출비율이 다시 80%이하로 하락했고 2000년 이후 2007년까지는 80%수준을 유지해왔는데 미국의 서브프라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급격히 은행대출비율이 상승하기 시작하여 2012년에는 105%를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단순한 경험적 사고로 보더라도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한 1997년의 전고점을 돌파할 정도로 부채규모가 급증한 것은 향후 신용위기로 연결되거나 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여진다.


게다가 2009년 이후 최근까지 미국 중앙은행의 총자산규모가 종전의 1조달러 미만에서 4조달러 수준으로 4배나 급증하는 등 미국경제의 성장률보다 40배가 넘는 속도로 본원통화(high powered money)를 그야말로 미친듯이(?) 찍어대는 바람에 금융기관의 유동성이 버블수준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되어 넘실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시아 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GDP의 30%에 해당하는 외국돈이 불과 몇년 사이에 유입되었는데 앞으로 미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실행할 경우 엄청난 규모의 달러가 이들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상황은 충분히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일부 취약한 아시아 일부 국가의 외환위기, 혹은 신용위기를 계기로 촉발될 아시아 금융위기(asian crisis 2.0)는 외환위기로 재현될 수도 있고 부채나 신용위기로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복합적인 형태로 발생하여 아시아 전역을 강타할 수 있는 지역적 위기로 발전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아시아에 다시 금융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위기대응 능력이나 위기를 최소화할 협력체제가 충분치 못하다는 점이다.

아시아 경제에 정작 위기가 찾아왔을 때 방파제 역할이 기대되는 나라는 한중일 3국이다. 그런데 아시아국가들 중 총부채(가계돚기업 및 정부 부채의 합계)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나라는 일본, 한국, 중국 순이라는 지적이 있다. 아시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나라들이 결정적인 취약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 일본,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 등과는 달리 지역 국가간의 연대나 협력을 통하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이 매우 적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서로간의 대화와 협력의 창구마저 단절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므로 유사시 금융이나 경제위기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조직·체계·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산발적으로, 위기 발생이후에 각자 대응으로 몰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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