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뮤지컬업계 종사자는 “기회적 차원에서 호시절도 이런 호시절이 없다”고 말한다. 2001년 < 오페라의 유령 >을 시작으로 뮤지컬산업이 급물살을 탔다. 2004년에는 당시 떠오르는 스타였던 조승우가 < 지킬 앤 하이드 > 초연에 캐스팅되면서 대중친화적 장르로 성장했다. 뮤지컬을 업으로 삼겠다는 ‘뮤지컬키드’가 부쩍 늘어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이후 수많은 라이선스 작품이 브로드웨이 종연과 동시에 한국에서 공연됐다. 하지만 토니상에서 언급된 작품들은 다수의 국내 제작사가 라이선스 경쟁에 뛰어들면서 자연스레 로열티 상승으로 이어졌고, 지난 10년 새 웬만한 라이선스는 모두 소개 되었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라이선스=흥행작’이라는 공식도 깨지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대안으로 창작뮤지컬에 주목했고, 2010년 두산연강재단과 CJ 문화재단이 새롭게 ‘아트랩’과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사업을 시작하면서 아트 인큐베이팅 시장이 본격화됐다. 금전적 지원 뿐 아니라 공간, 캐스팅, 홍보, 피드백에 이르기까지 작품 전반에 참여하는 본 프로그램은 창작뮤지컬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동 중이다.
하드웨어보다 더 중요한 소프트웨어
창작진의 최종목표는 결국 본공연의 성공이다. 그리고 공연의 시작은 투자에서부터다. 하지만 현재의 아트 인큐베이팅은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아트랩의 경우 두산아트센터를 통해 공동제작 형식으로 본공연이 가능하지만, CJ E&M 공연사업부의 경우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서 소개된 작품에 대한 우선협상권조차 없다. 워크숍 이후 제작사가 붙은 경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 심야식당 >의 김동연 연출은 “개발단계는 3년 정도로 길었지만, 본공연 자체를 완성시키는데는 2달여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3개월간 관객을 만났다. 외국에서는 이 기간을 프리뷰 기간으로 인식하지만 창작뮤지컬에서 누가 그것을 용납해주느냐”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때문에 아트랩의 남윤일 PD는 지속성에 주목한다. “아트랩에 참여한 아티스트는 지속적으로 팔로잉하며 꼭 우리극장이 아니더라도 다음 단계를 함께 모색한다. 이 외에도 단계별로 작품을 개발할 수 있는 촘촘한 프로그램, 재원, 꾸준한 사업의지가 필요한데 갈 길이 아직 멀다”고 말한다.
반면,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의 조용신 예술 감독은 지원 프로그램에 앞서 창작진의 기본기와 개성, 사회적 분위기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도제식이었던 10년 전에 비해 지금은 뮤지컬 창작진을 꿈꾸는 사람도 많아지고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하지만 본공연으로 이어지는 선례가 많지 않다. 특히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어도 기본기가 부족한 창작진이 많아 그들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지만, 한국 뮤지컬의 역사가 짧고 중견 스태프 층이 얇다보니 가르칠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게다가 창작진의 개성이 평준화되는 경향이 있고, 사회적으로도 여유와 위트가 전혀 없다.” 다수의 뮤지컬학과, 민간교육기관인 스파크, 인터파크 스탭스쿨 등의 아카데미도 생겨났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구축되면 구축될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콘텐츠 그 자체다. 스티븐 손드하임은 자국민에게 암살당한 대통령의 이야기를 으로 풀어냈고, 쇼맨십 강한 존 칸더는 자신의 쇼를 암울한 시대에 넣어 < 시카고 >와 < 거미여인의 키스 >를 만들었다. 작품은 아티스트 그 자체다. 신선한가. 다수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가. 세대를 초월할 수 있는가. 지속 가능한 이야기인가. 결국 다양성은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 아트 인큐베이팅이 사람을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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