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600억 IT투자에 증권사 부담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 2013.08.06 15:47

차세대시스템 업그레이드 놓고 증권업계-거래소 이견 팽팽

"세계시장에서 뛰려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거래소) "먹고살기도 어려운 판국에 지금 여기에 돈을 쏟아 부어야 하나."(증권업계)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거래소가 추진 중인 차세대 IT시스템 엑스추어(EXTURE)의 업그레이드 작업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판이하게 엇갈리고 있다.

6일 거래소에 따르면 내년 2월 예정된 차세대 IT시스템 엑스추어 플러스(EXTURE+) 가동을 앞두고 증권업계와 거래소는 오는 9월부터 모의테스트에 들어간다. 엑스추어 플러스는 4년전 출범한 IT시스템 엑스추어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모의시스템 개시를 코앞에 두고 거래소를 향한 업계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증시 불황에 실적 부진까지 겹쳐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IT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증권사들이 IT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써야 하는 자금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거래소는 2009년에 통합 전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코스닥증권 등 3개 시장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엑스추어를 구축했다. 여기에 들어간 자금만 1000억원대. 72개 회원사(증권사·선물사)도 거래소의 전산시스템에 맞는 시스템을 재구축하는데 백억원대 자금을 쏟아 부었다.

이번 업그레이드 작업에 드는 비용은 약 600억원대로 추산된다. 거래소가 새로 마련한 시스템에 맞도록 거래 환경을 바꿔야 하는 증권사들은 IT시스템을 정비하는데 최소 10억원에서 최대 100억원을 들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기의 적절성 문제도 거론된다. A증권사 IT부문 관계자는 "거래소가 4년마다 교체나 정비 명분으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고집하고 있다"며 "당장 시스템을 손보지 않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시장이 어려울 때 굳이 큰 돈 들어가는 작업을 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해 매매체결 속도를 지금보다 더 빠르게 한다고 해도 당장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증권사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리테일 부문에는 거의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부진해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이 일평균 3조~4조원대로 쪼그라든 상태에서 매매 체결 속도를 빠르게 한다고 주식 매매가 늘어날 리 없다는게 업계 지적이다.

반면 거래소는 이 같은 업계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일단 계획대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시스템 업그레이드는 해외시장으로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알고리즘 거래와 같은 선진시장에서 많이 활용되는 거래시스템을 원활히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알고리즘 거래는 사전 주문전략에 따라 컴퓨터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지는 매매를 말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고속성을 추구하는 알고리즘 거래가 외국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해 회원사가 주문을 낸 뒤 체결 결과를 알려주는데 걸리는 시간은 0.002초로 단축될 것으로 거래소는 내다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외국계를 통해 시스템과 관련해 들어오는 요구사항이 상당히 많다"며 "트레이딩 속도에 있어 해외시장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시스템을 향상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불만에 대해서도 "자금난에 허덕이는 상황은 알지만 증권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IT에 대한 투자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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