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간 메리는 어떻게 됐을까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3.08.05 06:00

[김신회의 터닝포인트]<13>메리케이, 중국 사로잡은 '가치 공유'의 힘

편집자주 | 세계적인 기업들이 겪은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일종의 '케이스스터디'라고 해도 좋겠네요. 위기를 황금 같은 기회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메리케이 본사 전경. /사진=메리케이 웹사이트

미국 텍사스주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메리 케이 애시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화장품회사 메리케이(Mary Kay)를 설립한 것은 1963년의 일이다. 이 회사는 '뷰티컨설턴트'라는 이름의 독립 여성 판매원들이 고소득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적극적인 판매방식으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미국에서 방문판매 화장품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메리케이는 어느새 중저가 브랜드로 전락했다. 살길을 찾아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중국. 경제개방 이후 중산층이 급증하고 있던 중국은 그야말로 신시장이었다.

1995년 중국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순탄해보였던 메리케이의 사업은 그러나 1998년 역풍을 맞았다. 중국 정부가 직접 판매를 법으로 금지한 것이다. 시장개방 초기였던 당시 불법 다단계 판매가 횡행하면서 피해가 속출한 탓이다. 직접 판매 방식을 고수했던 메리케이는 결국 공개 매장을 여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이 때 메리케이가 쌓았던 인지도가 다행히 재기의 발판이 됐다. 중국 정부는 2006년 직접 판매를 다시 허용했고 메리케이는 이후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시내 중심가 매장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으로 치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던 메리케이는 마침내 수십년간 쌓아올린 직접 판매 노하우를 쏟아냈다.

하지만 곧 두 번째 위기가 닥쳤다. 메리케이가 베이징과 상하이 등 이른바 1급 대도시를 점령한 이후였다. 1급 대도시에 이어 소비시장으로 잠재력이 큰 지방의 2·3급 도시로 눈을 돌렸더니 메리케이라는 브랜드는 물론 직접 판매 방식도 낯설다는 반응뿐이었다.

더욱이 메리케이가 뷰티 컨설턴트를 통해 강조하는 여성의 재정적 자립이라는 가치는 여성에게 가사 책임을 떠안기는 중국의 전통문화와 어긋나 갈등을 빚었다.

메리케이 중국법인은 이번에도 유연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직접 판매 모델과 뷰티 컨설턴트를 통해 구현하려는 사회적 가치는 충분히 의미있다는 확신은 유지하되 중국 문화를 수용하기로 했던 것.


메리케이는 우선 뷰티 컨설턴트가 어떤 자세로 제품을 소개해야 하는지 엄격히 규정했다. 뷰티 컨설턴트 자신과 고객들에게 메리케이의 브랜드 가치를 확실히 알리기 위해서였다.

또 지역 신문과 방송 등에 광고를 내 고객과 뷰티 컨설턴트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메리케이의 브랜드 철학을 확산시켰다.

특별 교육 프로그램에도 공을 들였다. 무엇보다 현지 사정을 반영하는 데 노력했다. 뷰티 컨설턴트들은 이 과정에서 메리케이의 브랜드 가치를 체득하고 자신의 집에서 이웃에게 화장법 등을 가르치는 뷰티클래스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메리케이는 이 때 뷰티 컨설턴트의 일은 가사와 함께 할 수 있으며 재정적 자립은 가정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상대로 메리케이가 중국에서 육성한 수만명의 뷰티 컨설턴트들은 엄청난 영업 경쟁력을 발휘했다. 특히 이들이 집에서 운영하는 뷰티클래스가 주효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의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개인적 친분이나 네트워크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간파한 결과였다.

덕분에 메리케이의 중국 매출은 1999년에서 2011년까지 무려 55배나 급증했다. 그 사이 메리케이는 중국 2·3급 도시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 하나가 됐으며 중국 전역의 지사는 35개로 늘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 중국판은 최근 몇 년째 메리케이를 중국에서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메리케이의 성공 사례는 해외 진출 기업의 현지화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메리케이는 중국에서 높이 사는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기업 가치와 문화, 경영 전략을 현지화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특히 영업 일선의 뷰티 컨설턴트들을 상대로 가치 공유를 강조한 덕분에 그들이 얼굴을 맞대는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까지 높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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