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갖고 300억 벌려고 주식투자한 70대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 2013.08.03 06:45

[행동재무학]<25>’富의 한계 효용’ 곡선...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편집자주 |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만약 당신이 15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300억원을 벌기 위해 주식투자에 나설 것인가?”

『The Quest for Alpha』의 저자 래리 스위드로(Larry Swedroe)는 어느날 50억원의 현금성 자산(현금과 채권 및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70대의 老부부를 만났다. 그런데 저자는 老부부와의 대화를 통해 이들이 바로 3년전까지만 해도 15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던 사실을 알게 됐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궁금해하던 저자에게 老부부는 3년전 150억원의 재산을 300억원으로 불리고자 기술주(tech stock) 위주의 주식투자에 나섰는데 이 주식투자가 실패로 끝나면서 결국 100억원을 날리게 됐다고 털어 놓았다.

이 얘기를 들은 저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老부부에게 만약 150억원의 재산이 300억원으로 늘어났다면 老부부의 삶의 질(quality of lives)에 큰 변화가 올 것인가를 물어봤다. 그러자 老부부는 조금도 주저없이 “No”라고 대답했다.

이 대답을 들은 저자는 추가 질문으로 150억원의 재산이 50억원으로 쪼그라들 때 고통스러웠는지 또 밤잠을 이루지 못했는지를 물어 봤다. 老부부는 "Yes"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대답을 들은 저자는 한가지 질문을 더 老부부에게 던졌다.

“150억원이 300억원으로 늘어나도 당신의 삶의 질에 큰 변화가 없다면서 왜 위험한 주식투자를 하셨나요? 150억원이 50억원으로 줄어들 경우엔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데 왜 그런 위험을 선택하셨나요?”

스위드로의 마지막 질문은 ‘富의 한계 효용’(marginal utility of wealth)에 관한 내용이다. 경제학은 부가 늘어나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지만 부와 만족감은 선형적(linear)으로 증가하지 않으며 부가 늘어날수록 한 단위의 부가 증가할 때마다 얻는 추가적인 만족감은 점차 줄어드는 곡선(non-linear)의 형태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결국 부의 규모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부가 추가적으로 늘어나더라도 사람이 얻는 추가적인 효용은 더 이상 상승하지 않고 평행선을 그리게 된다. 따라서 이 수준을 넘어서면 추가적인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더 큰 기대(expected) 부를 얻으려고 하는 어떠한 노력도 타당하지 않게 된다.

이제 저자가 만난 70대 老부부의 경우를 다시 보자. 이들은 나이도 많고 재산도 이미 150억원이나 보유하고 있었다. 재산을 300억원으로 2배 불리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지만, 그걸 달성하기 위해 주식투자란 높은 위험을 감내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老부부도 고백했듯이 재산이 300억원으로 늘어났을 때 얻을 수 있는 만족감에 비해 감당해야 할 고통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주식투자자들도 저마다 ‘부의 한계 효용’ 곡선을 지니고 있다. 추가적인 위험을 감수하며 불확실한 기대(expected) 수익을 얻기 위해 주식투자를 늘리는 수준이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저자는 위의 70대 老부부처럼 너무도 많은 주식투자자들이 자신의 ‘부의 한계 효용’ 곡선을 망각하고 주식투자에서 무리한 위험을 추구,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주식투자에서 무리수를 두는 사람들은 왕초보자가 아닌 주식투자에서 어느 정도 돈도 벌어보고 경험도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주식투자에서 큰 돈을 벌기 위해선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몸소 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돈도 있고 경험도 있는 이들은 스스로 위험을 무릅쓸 능력(ability)과 의욕(willingness)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이 주식투자에서 한가지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은 "굳이 위험을 감수해야할 필요(need)가 있는가"하는 점이라고 충고한다. 현명한 투자자는 자신의 능력과 의욕, 그리고 필요를 넘어서는 무리한 주식투자로 후회스런 일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

당신은 혹시 자신의 '부의 한계 효용' 곡선을 넘어서는 무리한 베팅으로 몇일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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