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무엇을 어떻게 말하는가'의 중요성

머니투데이 타드 샘플 한국전력 해외사업전략 처장(특별 보좌관) | 2013.07.31 06:00
토요일 밤에 친구와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을 때였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아시아계 여성 2명이 간단한 한국말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중국 학생들로 수업 시간 외에 밖에서 만날 때는 한국말로만 대화를 한다고 했다. 이는 외국어를 배우는데 있어 효과적인 방법으로 분명 그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은 금세 늘 것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이자 한국어를 하는 사람으로서, 한국과 또 그들의 나라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것이 참 보기 좋다. 한국 음악과 TV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해외에서 점점 높아지면서 한국어를 이해하고 배우고자 하는 한국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다. 역동적인 경제 성공을 이루어낸 한국의 스토리로 많은 외국인들이 그 생동감을 몸소 체험하고자 한국을 찾고 있고 그들 중 상당수가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의 수는 150만명에 이른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분명 한국어의 과도기라는 새 시대의 시작을 목도하고 있다. 소수의 예외는 있지만 불어나 스페인어와는 달리 아직까지 한국어는 대부분 한국인이나 한국계들만 사용하는 언어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한국을 살펴보면 한반도 전역의 여러 도시에서 그곳을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들이 많아지고 있고, 한국 대기업들은 외국 기업과의 사업을 위해 한국말을 하는 외국인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하고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증가하면서 한국어의 언어적 단일성으로 인한 새로운 문제점들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는 즉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자신이 하는 말과 말하는 태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점심을 먹으러 '중국집'에 가는 대신 '짱깨'를 먹으러 가자는 말을 같은 팀의 중국인 동료가 듣는다면 쉽게 기분이 상할 것이다. 러닝머신 위에서 춤을 추는 '흑형'의 비디오를 대학 동기에게 전송하는 것을 흑인인 대학교 과 친구는 흑인들을 놀리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주변의 외국인들에게 들릴 정도로 친구와 '외국인'에 대해 떠드는 것도 한국말을 알아듣는 경우 예상치 못했던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자동차를 구입하려고 알아보고 있을 때였다. 대리점 직원에게 그 자동차 회사의 한 차량 모델이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인기가 좋은 이유를 묻자 그 직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미국 놈들이 이런 스타일 차를 좋아하니까요."


이보다는 덜 극단적이지만 한국에서 흔히 겪는 일 중 하나는 내가 한국말로 대화를 할 때 상대 한국인은 (나보다 어린데도 불구하고) 존댓말을 쓰지 않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한국인에게는 항상 존댓말을 사용하면서 말이다. 그와 나 둘 다 한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지만, 한국인들에게는 같은 한국 사람과 대화할 때와 외국인과 한국어로 대화할 때 다른 '언어적 교전 규칙'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엄밀히 말하자면, 내 경험 상 위의 예 가운데 나쁜 의도를 가지고 그런 것은 극히 드물다. 보통은 그런 민감한 단어나 표현들이 습관적으로 '그냥 튀어나오는' 것이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이 바로 이런 습관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많이 찾고 한국어에 익숙해질수록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듣게 될 것이고 어떤 경우에는 그 말을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세계에 개방을 하게 되면 좋든 싫든 간에 다른 문화의 다른 기준과 기대치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해외를 여행하고 해외에서 생활하는 경험을 통해 한국인들은 한국인과 외국인의 차이점과 유사점에 대해 더 뚜렷하게 인식하게 됐다. 마찬가지로 한국이 점점 더 많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이 되어감에 따라 이제는 한국인들도 자신이 한국어로 하는 말이 한국어를 구사하고 이해하는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해석되고 느껴질지에 대해 더욱 유념해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단일민족 국가인 한국에서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구분이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의식 깊숙이 새겨지고 상당수의 한국인들은 아직 외국인에 대한 직접적인 노출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더 다양하고 글로벌한 통합된 사고방식을 발전시키는데 있어 중요한 한 걸음을 디뎌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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