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돼지마저 증시 전문가를 회피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 2013.07.27 09:30

[행동재무학]<24>스타 증시 전문가일수록 가장 틀린 전망 내놓아

편집자주 |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필립 테트락(Philip Tetlock) 펜실베니아 주립대학(University of Pennsylvania) 교수는 20년간 소위 증시 전문가들의 예측력을 분석해서 2005년 책을 발간했다.

그는 거의 매일 증권방송에 나와 대중들에게 증시의 향방을 전망하는 증시 전문가들의 정확도를 조사했는데, 결론은 이들이 다트를 던지는 침팬지보다 더 낫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것은, 가장 인기 많은 소위 ‘아이돌’ 증시 전문가의 예측이 가장 나빴다는 점이다. 즉 증권방송이나 신문에 가장 많이 출연해서 증시 전망을 말하는 사람일수록 가장 틀린 전망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 ‘아이돌’ 증시 전문가들은 이른바 ‘후견지명효과’(hindsight effect)에 쉽게 빠진다고 지적한다. 후견지명이란 선견지명에 빗댄 말로, 어떤 일이 일어난 뒤에 “내 그럴 줄 알았다(I knew it all along)”며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태도를 취하는 심리학적 편향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테트락 교수는 분석을 통해 이들 스타 증시 전문가들이 자신의 증시 전망이 틀린 뒤에는 자신의 과거 전망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정말로 자신은 이전에 모든 걸 알고 있었다고 스스로 믿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실제로 바톤 빅스(Barton Biggs)의 사례를 들어보자. 그는 미국 투자은행 2위인 모건 스탠리의 글로벌 주식 전략가로 『Institutional Investor』 매거진이 선정하는 〈All-American Research Team〉에 10번이나 들었고, 〈Investor Global Research Team〉의 조사에서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최고의 글로벌 전략가로 뽑혔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1993년 『Forbes』 잡지의 7월호 커버스토리에 곰(bear) 복장을 하고 나와 투자자에게 다음과 같은 경고의 말을 던졌다. “지난 12년간 미증시는 과다한 상승장을 누렸다...미증시는 이제 꼭지에 놓여 있으며 향후 20%에서 50%까지의 하락장을 맞이할 것이다...그러니 미증시의 투자 비중을 줄이고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해외 증시로 바꿔라.”

그리고 그는 “앞으로 미증시가 해외 증시에 비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은 (자기와 같은) 천재가 아니더라도 불보듯 뻔하게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빅스의 증시 전망은 이후 7년이 지나도록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빅스의 암울한 전망이 있던 1993년 이후 7년간 미증시는 역사상 가장 최고의 상승장을 기록했다. 또한 천재가 아니어도 알 수 있다던 그의 주장과 달리 미증시의 상승폭은 유럽과 이머징 증시에 비해 2배나 높았다. 결국 빅스의 전망을 믿고 미증시에서 발을 뺐던 투자자들은 일생일대의 큰 돈을 벌 기회를 고스란히 놓친 것이다.

증시 전문가의 믿지 못할 예측력을 풍자한 다음과 같은 우화가 월가에서 널리 전해지고 있다. 뉴욕에 사는 증시 전문가, 변호사, 의사 등 세명의 친구가 등산에 나섰다. 이번 산행은 뉴욕에서 멀리 떨어진 콜로라도 산맥으로 정했다. 콜로라도 강에서 래프팅도 하고 산에도 오르고 풍선열기구도 탈 계획을 세웠다.


세 친구가 한참 콜로라도 산을 오르는데 갑자기 하늘이 시꺼멓게 변하더니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기세였다. 갑자기 변한 날씨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세 친구는 산에 오르다 지나친 작은 오두막집으로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다행히 집 주인이 있어 폭우를 피할 곳을 요청했고, 집 주인은 흔쾌히 그들을 맞이했다. 그러나 오두막이 워낙 좁아서 세 친구 중 한명은 어쩔 수 없이 오두막 바로 옆의 외양간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했다.

그러자 의사인 친구가 자진해서 외양간에 머무르겠다고 먼저 나섰고, 담요와 베개를 들고 외양간으로 향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의사는 오두막으로 되돌아 왔고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난 인도 사람인데, 힌두교에 따르면 신성한 소와 같은 장소에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이 말을 듣고 변호사인 친구가 외양간에서 자겠노라고 두번째로 나섰다. 그러나 그도 얼마 안돼 되돌아 왔다. 그리곤 왜 외양간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없는지 털어 놓았다.

“난 유대인인데, 유대교에 따르면 돼지는 정결하지 못해 같이 잘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증시 전문가인 친구가 어쩔수 없이 외양간으로 나섰다. 마찬가지로 얼마 안돼 오두막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증시 전문가마저 되돌아 왔다고 생각했던 집 주인이 문을 연 순간 그는 깜짝 놀랐다. 거기엔 증권 전문가가 아닌 외양간에 있던 소와 돼지, 닭과 말이 서 있었던 것이었다(이들 가축들이 (믿을 수 없는) 증시 전문가와는 같이 하룻밤을 보낼 수 없다며 외양간을 나와 버린 것이다).

그만큼 증시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월가의 한 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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