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산다는 백발도사 누구?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13.07.25 06:10

[피플]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참선을 하면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머릿속에서 지나간 일이나 잡된 생각은 모두 지우고 오직 현재만을 생각하는 훈련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즉(卽)한다'라고 합니다"

산속에서 도(道)를 닦는 도인이나 불가(佛家)의 수도승이 한 말이 아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가운데 서열 1위인 유민봉(55) 국정기획수석의 말이다.

올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고도의 집중력과 깔끔한 일처리로 정평이 났던 유 수석에게 기자가 집중력의 비결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는 요즘도 마음이 어지럽다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 불가의 참선 수행을 통해 정신을 맑게 하곤 한다.

유 수석이 참선의 세계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스무살이 되던 1977년 성균관대 행정학과 2학년 재학 시절이다. 당시 행정고시 공부를 위해 경북 영주 소백산 양백정사를 찾은 유 수석은 이곳에서 지난 2011년 입적한 봉철스님을 만나게 됐다. 봉철스님으로부터 참선 수행법을 배운 유 수석은 결국 그의 '유발상좌'(머리를 기르는 불가의 제자)가 됐다. 참선을 통해 키운 집중력을 바탕으로 유 수석은 23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유 수석과 불교와의 인연은 유 수석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뒤로도 이어졌다. 서른살 때 오하이오주립대에서 행정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유 수석은 지난해 입적한 비구니계의 원로 대행스님을 만나 직접 수행법을 배웠다. 유 수석은 지금도 1년에 한두차례 수행을 하러 대행스님이 있던 경기도 안양 한마음선원을 찾는다.

불교와의 이 같은 인연으로 청와대 불자모임인 '청불회'(靑佛會)의 회장을 맡았다. 유 수석은 지난 5월3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두 스님은 내게 혼자 걷는 법을 가르쳐 줬다"며 "생활에서 부딪히는 어떠한 어려움도 내 안의 주인공을 믿고 맡기고, 기쁨조차 감사하게 내려놓는 수행법을 지팡이 삼아 사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도인'의 이미지 답게 유 수석은 체력도 청와대 비서진 가운데 최고로 평가받는다. 해병대 출신인데다 오랜기간 등산을 통해 체력을 다진 덕분이다. 업무상 갖게 되는 술자리에서 돌아오는 잔을 모두 받아 마시면서도 끝까지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꼿꼿한 자세를 잃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유 수석이 수양과 등산을 통해 갈고 닦은 집중력과 체력은 올초 인수위 시절 '정부조직 개편안' 마련 작업에서 빛을 발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 때 20일이나 걸렸던 작업을 유 수석은 불과 10일만에 해치웠다.

당시 인수위 국정기획조정 총괄간사였던 유 수석은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옥동석 인천대 교수와 함께 성균관대 기숙사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밤낮으로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벌였다. 강 의원과 옥 교수의 힘도 컸지만, 개별 부처 과 단위의 세부내용까지 모두 챙기며 진두지휘한 유 수석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당시 정부조직 개편안 브리핑에서는 40분 동안 쏟아진 기자들의 질문 30여개를 메모 한번 보지 않고 깔끔하게 답변해내면서 인수위의 '깜짝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청와대 입성 후 유 수석의 역할은 한마디로 '국정의 조율자'다. 주요 현안에 대한 정부의 정책들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따라 정리하고 조율하는 것이다. 각종 위원회와 협의체를 구성, 운영하고 지방공약과 지방 갈등 현안 등을 점검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이를 위해 유 수석은 매주 목요일 청와대 각 수석실의 선임비서관들이 모이는 선임비서관회의, 이른바 '선비회의'를 주재한다. 당·정·청(黨政靑) 핵심 고위 인사 9명이 모이는 이른바 '9인 회의'에도 유 수석은 허태열 비서실장, 이정현 홍보수석과 함께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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