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너머] 희망버스에 희망은 없었다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13.07.22 16:14
현대자동차는 여러 모로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에게 좋은 타깃일 수 밖에 없다.

극심한 내수부진과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를 해외에서 만회하며 상반기 사상 최대 판매를 달성했을 만큼 잘 나가고 있다.

사람들의 주목도도 쌍용자동차나 한진중공업을 타격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쌍용차의 국정조사 논의도 시들해졌고 한진중공업은 이미 한물 간 레퍼토리다.

금속노조가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하도급 인원에 대한 정규직 전환’ 역시 현대차가 핵심이다. 이미 현대차 하청노동자였던 최병승씨가 ‘2년 이상 원청업체(현대차)에 파견돼서 일하면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판결도 이끌어 냈고 280여일간 철탑농성으로 투쟁의 불씨를 지펴 놓았다.

게다가 지난 18일 신승철 신임 위원장이 당선을 계기로 내부 결속을 도모하면서 세상의 이목을 끌만한 선정적인 기획도 필요했다.

‘현대차로 향하는 희망버스’는 여기에 딱 들어맞는 아이템이었다. 명분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쟁취’. 현대차의 사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엄밀히 말하면 현대차의 사내하청 노동자(사내하청의 정규직)를 현대차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뜻이다.

현대차도 이같은 사회적 요구에 귀를 닫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정규직 노조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와 사내하청 문제를 풀기 위한 특별협의를 계속 했다.

현대차 노사는 3500명의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뽑고 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낸 1600여명은 불법파견으로 인정될 경우 소송결과에 따르기로 의견접근도 봤다.

그러나 현대차 노사의 특별협의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같은 해 12월 27일 사내하청 노조가 8500여명의 전원 정규직화를 주장하며 노사합의를 물리력으로 가로 막고 나선 것.

사내하청 노조는 15일~6개월 동안 단기 계약한 아르바이트까지 정규직화할 것을 요구하거나 1인당 1860만원 상당의 인상 효과가 있었던 작년 임금협상도 다시 하자고 '생떼'를 썼다.


사측은 ‘특별협의’라는 채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정규직 노조와 사내하청 노조가 의견조율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하는 수 없이 현대차는 사내하청 1100여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올 연말까지 모두 175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선발하는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난데 없이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와 합세해 희망버스 60대를 울산공장에 ‘투입했다’.

현대차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수용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현대차와 정규직 노조(금속노조 현대차 지부)가 임금단체협상을 하다가 갈등을 빚는 국면도 아니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복면을 쓰고 미리 준비한 죽봉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공장 담장(펜스)를 로프로 뜯어 내며 공장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82명의 현대차 직원들이 부상당했다.

‘현대차 희망버스’는 신 위원장이 당선소감에서 한 말처럼 ‘힘 있는 투쟁’이 된 셈이고 모든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해 민노총과 희망버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일반 시민들이 본 것은 구체적으로는 평화로운 공장을 무단침입하고 업무를 방해한 범죄이며 상징적으로는 ‘희망버스’의 ‘희망 없는 폭력성’이다.

민노총과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가 사측과 ‘특별협의’를 하는 게 우선이다. 희망버스는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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