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쉐프들 제치고 한국 첫 금메달...'제과왕' 강동석

머니투데이 이현수 기자 | 2013.07.23 05:45

[피플]기능올림픽 제과부문 첫 금메달...'과자굽기'에 꽂힌 소년, 특성화고에서 실력키워

강동석 선수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제과부문에서 유럽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오븐·오븐·설탕·설탕·설탕·칼…." 쭉 내민 두 팔이 상처투성이다. 220도 오븐에, 160도 설탕시럽에, 빵칼에 데이고 베인 흔적이다. 눈에 띄는 흉터만도 열 군데가 넘는데, 팔의 주인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상처"라며 배시시 웃는다. 지난 2일부터 닷새 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제과부문 한국 최초로 금메달을 딴 '제과왕' 강동석 선수(20)다.

이번 대회 제과부문에는 우리나라를 비롯, 프랑스, 영국,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쟁쟁한 유럽선수들이 참가했다. 16개국 16명의 선수가 겨루는 경기 종목은 6개. 아몬드 반죽으로 만드는 마즈펜, 접시디저트, 초콜릿봉봉, 초콜릿공예, 무스케익인 앙트레, 양과자인 쁘티프르 등이다. 강동석 선수는 총점 600점에 550점을 받았다. 2등인 프랑스와 점수격차는 무려 13점이다.

제과제빵 종주국인 유럽을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니 유학파로 짐작할 만도 하다. 그러나 강동석 선수는 '순수 국내파'로, 중학교 방과후특별활동(CA) 반에서 제과 제빵을 처음 접했다. 과자굽기반에 들어가서 흥미를 느낀 게 계기가 돼 진로를 정한 것. 장사하시는 부모님이 종일 집을 비웠기 때문에, 누나 둘과 함께 밥을 지어 먹으면서 음식 만드는 일에 재미를 느껴 과자굽기반을 선택했다.

"고교 진학시기에 미래를 그려봤는데, 아무래도 공부쪽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냥 중학교때 CA반에서 재밌게 하던 게 생각났어요. 부모님은 '대학교 가서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되느니,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지지해주셨죠. 입시에 시간을 뺏기지 않는 특성화고를 선택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으니 제과를 배운지는 4년이 됐네요."


기능경기대회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다니던 제과학원 선생님의 권유 덕분이었다.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출전 티켓은 나라마다 한 장씩 배정된다. 여기에 나가기 위해선 1년에 한번씩 열리는 지방기능경기대회에 나가 3위 안에 들고, 다시 전국대회에 나가 2등 안에 들어야 한다. 이듬해 전국대회에서 수상자 2명이 나오면 네 명이 겨뤄 국가대표를 뽑는 것. 강동석 선수는 지난 2011년 지방기능경기대회 출전을 시작으로 지난해 경기를 거쳐 올해 국제대회에 나가게 됐다.

그를 세계 1위에 올려놓은 비결은 '천재성'도 '맛에 대한 감각'도 아닌 '맹연습'이었다. "청주 학원에서 서울에 있는 학원을 소개해줬고, 서울 누나집에 있다가 대회 전 4개월부터는 학원 근처 고시원에 자릴 잡았어요. 새벽 6시 전에 고시원을 나와 다음날 새벽 1시가돼야 들어갔죠. 잠만 자고 씻고 나오는거예요. 밥은 밤에 일과 정리를 하면서 먹었죠."

그는 "힘들었지만 목표가 있었다. 미치면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만 했어요. 재료비하고 도구 사는데 들어간 돈도 있고해서. 금메달 아니면 한국 들어올 생각은 하지 말자 다짐도 했고요." 대회 전 제과 연습에 들어간 재료비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보조해줬다. 제과 용품은 부모님이 이곳 저곳에 빚을 져서 마련했다. 강동석 선수는 금메달 상금을 받으면 빚부터 값을 생각이다.

그의 꿈은 자신의 가게를 차리고, 시니어대회에 나가 우승하는 것이다. "현장일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 밑에 다시 들어가서 기초부터 배우고 조금씩 올라가려고 해요. 시니어대회인 '쿠프드몽드'는 프랑스에서 열려요. 제과계에서는 최고 권위있는 대회인데, 거기서 1등을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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