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일간 주식시장을 떠난다면...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 2013.07.19 09:15

[행동재무학]<23>마켓 타이밍은 정말 '나쁜'(wicked) 전략

편집자주 |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딱 열흘간 주식시장을 떠나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하락장에 딱 맞춰서...”

주식투자자 가운데 소위 마켓 타이머(market timer)라 부르는 이들은 상승장에선 최대 한도로 투자하고 하락장에선 반대로 최소로 줄여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만약 마켓 타이머가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때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될까?

『Winning the Loser’s Game』의 저자 찰스 엘리스(Charles Ellis)에 따르면, 만약 마켓 타이머가 예측을 잘못해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90일 동안 주식시장에서 떠나 있었다면 22%의 손실을 입는다. 그러나 반대로 정확한 예측으로 최악의 90일 동안 완전히 주식시장에서 발을 뺐다면 그의 투자수익은 무려 4178%에 달한다. 그러나 마켓 타이밍 전략을 쓰지 않고 10년간 그냥 계속 주식시장에 머물러 있었다면 그는 459%의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이 결과는 마켓 타이밍(market timing)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뿐만 아니라 또 얼마나 위험스러운지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양날의 칼이라고나 할까.

조사기간을 1980년부터 2008년까지로 확대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이 기간동안 S&P500 지수는 연평균 18% 상승했는데, 마켓 타이머가 최악의 예측을 해서 이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낸 딱 10일동안 주식시장을 멀리 했다면 그의 수익률은 17%나 감소한다. 29년의 기간 가운데 고작 0.25퍼센트도 채 안되는 열흘간 주식시장을 떠났을 뿐인데 말이다.

한발 더 나아가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한 30일동안 주식시장에서 발을 뺐다면 S&P500 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무려 40% 가까이 줄게 된다.

이제 조사기간을 1928년부터 2000년으로 한 사람의 인생의 길이로 늘려보자. 만약 75년전에 1달러를 S&P500지수에 투자했다면 2000년에 투자금이 1만6,991.5달러로 늘어난다. 그러나 이 기간중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1개 연도(1933년)을 제외하면 총누적수익률은 35%나 줄어든다. 만약 최고 2개 연도(1933년과 1954년)를 제외한다면 총누적수익률은 무려 57%나 감소한다. 그리고 가장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60개월을 제외하게 되면 총누적수익률의 대부분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이 결과는 만약 마켓 타이머가 잘못 판단해 고작 60개월을 주식시장과 멀리했다면, 그는 지난 75년동안 주식투자에서 한 푼도 벌지 못했다는 걸 의미한다.


월스트릿저널에서 투자 칼럼을 쓰는 제이슨 즈와이그(Jason Zweig)는 과거 109년간의 증시 역사에서 최고의 10일을 제외하게 되면 총누적수익률의 3분의 2가 날아가 버린다고 밝혔다. 3만9,812일 가운데 고작 10일동안 주식시장을 떠날 때 얻는 결과치고는 너무나 참담하다.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는 마켓 타이밍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면 너무나 찬란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매력이 마켓 타이머를 주식시장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누구도 그 최고의 60개월을 또는 그 최고의 10일을 미리 알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위의 결과는 마켓 타이밍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면 섣불리 주식시장을 떠나거나 뛰어드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틀린 마켓 타이밍에 따른 참담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선 절대로 주식시장을 떠나지 말 것을 제시한다.

즉 (섣부른) 마켓 타이밍은 매우 ‘나쁜’(wicked) 전략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마켓 타이머인 개미는 프로(professional) 트레이더에게 농락당할 위험도 매우 크다. 마켓 타이머인 개미가 주식시장에 뛰어 들거나 빠져 나올 때 그 상대방은 거의 대부분 프로 트레이더이다.『The Quest for Alpha』의 저자 래리 스위드로(Larry Swedroe)에 따르면, 현대 주식시장에서 거래량의 80~90 퍼센트는 바로 기관투자가인 프로 트레이더로부터 나온다.

물론 프로 트레이더라고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개미가 프로보다 얼마나 더 마켓 타이밍에 자신이 있을까?

이들 기관투자가들이 시장에서 돈을 번다면 개미들은 반드시 돈을 잃어야 한다. 왜냐하면 액티브(active) 주식투자는 바로 제로-섬(zero-sum) 게임이기 때문이다. 승리자(winner)가 있으면 반드시 루저(loser)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프로 트레이더인 기관투자가는 개미들의 마켓 타이밍 오류를 역이용하려고 독수리의 눈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결국 마켓 타이밍을 노리는 개미들은 프로 트레이더의 밥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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