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공기업 CEO는 피묻힐 각오 돼 있나?

머니투데이 박영암 정치부장 | 2013.07.17 06:00
'관치' '낙하산'논란으로 중단된 공기업 사장 인선이 오는 23일 한국가스공사를 시작으로 재개된다.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전직 관료나 '친박'계 정치인, 내부출신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서도 천문학적 부채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볼 수 없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내년부터 공기업 부채도 국가채무에 포함될 전망이다. 기존 중앙·지방정부 채무에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 부채를 모두 나랏빚으로 간주하겠다는 얘기다. 이 경우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국가채무로 간주됐던 445조원(중앙·지방정부)에다 공공부문(493조원) 지방공기업(72조원) 등을 더할 경우 내년부터 '나랏빚 1000조원 시대'가 열린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재정건전성만큼은 양호하다는 정부의 자화자찬을 무색하게 한다. 자칫 국가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악화의 주범으로 낙인찍인 공기업도 할 말은 있다. 상당수 부채가 4대강사업(수자원공사)과 보금자리(LH) 등 정부위탁사업과 물가안정을 위한 요금인상 억제(한국전력) 등 정부정책에 적극 호응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체 경영실패에 따른 빚은 많지 않다는 것이 그동안 이들 공기업의 공식적인 '모범답안'이었다.

 최근 만난 새누리당 고위관계자는 더 이상 모범답안을 용인하기 힘들다는 여권 분위기를 전해줬다. 민간기업들은 경영실적이 나쁘면 구조조정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지만 공기업은 정부탓만 하고 임금이나 복지는 대기업 이상이라는 지적이다. 그런 만큼 정부가 공기업 정보를 낱낱이 공개한 후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개혁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공기업 개혁의 첫출발점은 정부위탁손실과 공기업 자체경영손실을 구분하는 것. 박근혜 대통령도 18대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시절 '구분회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사업에 따른 부채와 스스로 만든 부채를 나누는 구분회계를 도입, 공기업 부채관리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 공기업 부채개혁의 출발점이라는 게 박 대통령의 지론이다.


 재정전문가인 새누리당의 한 의원도 박 대통령의 처방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한다. 그는 공기업에 구분회계를 도입, 정책업무손실만을 정부가 보전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말한다. 또 주기적으로 공기업으로 존속해야 할 필요성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통해 민영화 가능성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인다.

 민주당에서도 만성 적자 공기업에 대해 민영화는 아니더라도 경쟁체제 도입에 공감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누가해도 흑자를 볼 수 있는 인천공항, KTX 등은 민간에 맡길 필요가 없지만 정부가 떠안을수록 적자와 비효율성만 커지는 공기업은 경쟁체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간전문가들은 민영화를 좀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들은 지난해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줘야 하는 공기업 부채가 무려 270조원에 달하고 실제 4666억원을 보전해준 현실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세수감소와 복지재정 증가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공기업 적자까지 재정으로 보전할 경우 납세자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대안으로 공공성과 시장성이란 잣대에 맞춰 민영화 여부를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정부에 요구한다.

 새로 선임되는 공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은 '손에 피를 묻히더라도 빚을 한 푼이라도 줄이겠다'는 각오로 자구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 스스로 구조조정하지 않는 공기업에 매년 수천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납세자들은 더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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