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 두려운 한국…'인트라프레너'가 대안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 2013.07.27 16:00

[i-로드]<6>인트라프레너(intrapreneur), 고용+기업가정신 두마리 토끼 노린다

편집자주 | i-로드(innovation-road)는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한다(Innovate or Die)'라는 모토하에 혁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살펴보고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그림=임종철 디자이너
# 슈퍼 리치를 조사하는 리서치 회사인 Wealth-X의 미콜라스 램버스(Mykolas Rambus) 대표는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에선 전통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려는 보수적인 문화가 강해 위험을 무릅쓰고 벤처를 시작하려는 창업가(entrepreneur)가 드물다고 지적한다.

한국 사회에선 전통적으로 부모들은 어려서부터 자녀들에게 의사나 변호사 같은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길을 갈 것을 요구하고 자녀들은 이러한 부모의 기대에 큰 압박감을 느끼며 자란다. 따라서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창업하려는 청년들은 경쟁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낙오하는 이탈자(outcast)로 보여지기 십상이다.

창업을 두려워하는 현상은 비단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 취직에만 매달리는 대학생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꽉막힌 상사의 지시에 불만이 높고 대기업이란 거대조직 속에서 성취감과 존재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많은 직장인들도 자신만의 벤처를 창업하기 위해 홀연히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설령 대기업을 나와 창업을 했다손 치더라도 머지않아 벤처에 들어가는 자본과 시간 및 노력, 그리고 높은 스트레스로 인해 창업을 후회하게 되고, 또 거듭된 실패와 쉽게 쥐어지지 않는 성공으로 인해 결국엔 벤처를 포기하는 현상이 일반적이다.

# 2012년 다보스 포럼의 주제 가운데 하나가 ‘인트라프레너’(intrapreneur)였다. 인트라프레너는 대기업을 떠나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와는 달리 대기업내에서 고용을 유지한채 마치 창업가처럼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 혁신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인트라프레너는 좁은 의미에선 특별 프로젝트나 태스크 포스의 팀장으로도 볼 수 있으나 창업가와 같은 수준의 자율권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보통 사내 벤처라 불리는 실험적 기업의 대표가 가장 적절한 예가 된다.

이러한 인트라프레너는 여러 장점이 많은데 특히 한국과 같이 창업을 두려워하는 문화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 될 수 있다. 먼저 인트라프레너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십분 발휘하면서도 대기업에 남아 있기 때문에 고용 불안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인트라프레너가 되면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에 다니면서 자신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수 있다.

또한 인트라프레너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경험을 배우면서도 펀딩을 위해 직접 VC(벤처투자자)나 엔젤투자자를 만나러 다녀야 하는 스트레스도 없고 벤처기업을 직접 운영함에 따른 과중한 행정업무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인트라프레너를 육성하면 대기업의 입장에서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품은 인재가 회사를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은 쉽게 자만에 빠져 혁신이 중단되기 쉬운데, 이때 인트라프레너는 대기업이 기업가정신을 잃어 버리지 않고 혁신을 지속해 나가게 하는 활력소 역할을 할 수 있다.

USC대학의 제라드 텔리스(Gerard Tellis) 경영학 교수는 『중단없는 혁신(Unrelenting Innovation)』이란 책에서 1위에 오른 기업은 성공이 가져다 주는 무기력(lethargy)과 과신(overconfidence)에 빠져 혁신을 중단하게 되는 경향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를 '챔피언의 저주'(incumbent's curse)라고 불렀다.


혁신 정신의 상실은 1위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뛰어난 혁신기술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IT기업들일수록 머지않아 성장이 멈춰버리는 소위 성장의 덫(trap)에 빠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한때의 최신 기술은 조만간 헌 기술이 되고 팔팔했던 조직은 어느새 관료적으로 굳어져 버린다. 결국 차세대의 혁신 기술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다음번 기술 사이클이 도래했을 땐 도태되고 만다.

이렇기 때문에 최신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요즘 세상에 인트라프레너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인트라프레너의 자격은 기업가정신이 충만하고, 발명과 혁신하기를 좋아하며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인트라프레너는 대기업내에서 독자적으로 일하면서도 대기업의 큰 조직안에서 타 부서와의 긴밀한 협조도 추구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대기업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사내 벤처기업에 적절히 융합시킬 능력도 요구된다.

인트라프레너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대기업의 경영진이 인트라프레너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여 이들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데 달려 있다. 그리고 인트라프레너는 대기업의 이익 추구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타 부서와의 마찰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는 대기업이 인트라프레너를 육성할 수 있도록 창업 R&D의 세금 혜택 등을 지원해야 한다.

# 최근 청년창업을 강조하기 시작한 한국은 모범 사례로 자꾸 미국의 예를 거론한다. PC 소프트웨어의 글로벌 최강자인 마이크로 소프트를 창업한 세계 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미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 글로벌 최대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을 창업해 억만장자에 오른 마크 저커버그. 이들 모두 대학을 다니다 창업을 위해 중퇴했다. 모두 대학생 창업이다.

낮은 경제성장률과 높은 청년실업률이 지속될 때 정부가 기업가정신과 청년창업을 고취하는 것은 뭔가 미래적인 것처럼 들린다. 그리고 창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창업지원센터를 건립하면 정부가 말 뿐이 아니라 실제로 뭔가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졸업생들이 취업난으로 허덕일 때 창업보육센터를 만들고 창업과 관련된 강의를 개설하면 대학에 쏟아 부은 막대한 등록금이 낭비가 아니고 뭔가 도움이 된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이 미국과 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은 대학생 창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예가 많지만, 한국엔 그런 사례가 거의 전무하다. 오히려 한국에는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대기업에 다니며 일정한 경험과 경력을 쌓은 뒤 벤처를 창업해 성공한 예가 많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문화적으로 실현이 어려운 대학생 창업만 부추길 게 아니라 대기업내에서 창업가처럼 일할 수 있는 인트라프레너를 적극 육성하는 게 한국적 창업문화에 더 적합한 모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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