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졸 채용, 유리천장도 없애 주세요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 2013.07.14 16:14
대한민국의 ‘학력 파괴’가 본격화한 것일까.

지난 9일 한 헤드헌팅 전문기업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1000대 상장사(매출액 기준) 대표이사 가운데 이른바 SKY라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39.5%로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기업 최고위급에서만 이른바 명문대 출신 비중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기관이나 공기업에서는 정부의 '열린 고용'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자 고졸 채용을 지속하는 한편, 확대하고 있다.

올들어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대한주택보증, 금융감독원 등 다수 기관에서 고졸 채용을 실시했다. 은행과 대기업 등 일반 기업에서도 고졸 채용을 확대하거나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의 경우 올해 고졸 신입사원 채용(고3 대상)에 총 183명이 지원해 여자 4명과 남자 1명의 신입사원으로 뽑혔다.

고졸 타이틀로 한국거래소에 입성하게 된 사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학교 성적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아직 고등학교 재학 중임에도 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등 금융관련 자격증을 다수 획득했다. 금융 전문인이 되겠다는 꿈도 뚜렷하다.

거래소측도 고졸 신입사원들을 파격 지원할 방침이다. 입사 4년 뒤부터는 대졸 초임과 동등한 보수를 지급하고 대학에 진학하면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외국어 학습을 포함한 특화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금융전문가로 육성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 합격자는 "고졸 출신이라 차별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거의 느낄 수 없다"며 "대학 진학도 지원하는 등 배려가 많은 만큼 앞으로 나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앳된 10대 신입사원의 당찬 의지가 기특하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일해나가는 동안 학벌로 인한 ‘유리천장’을 경험하며 좌절하지는 않을까 우려도 들었다.

국내에 '열린 채용' 훈풍이 분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거래소만 해도 과거 고졸 채용을 실시했다가 중단한 뒤 지난해에야 정부 정책에 호응해 고졸 신입사업 채용을 재개했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과거 뽑았던 거래소 고졸사원 중에서 임원은커녕 부장급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우수한 고졸 인재들을 뽑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학벌로 인한 '유리 천장'까지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졸 채용이 큰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잡아 나가려면 뽑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뽑은 뒤 업무평가와 승진, 전반적인 기업문화에서 차별을 느끼게 만드는 유리천장을 과감히 치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났을 때 올해의 신입사원들이 당당한 금융전문가이자 거래소의 주요 리더로 자리잡아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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