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겨울보다 여름에 많은 이유?

머니투데이 박상빈 기자 | 2013.07.14 07:00

'노출'보다 '활동증가'에 시선 집중…'몸단속'보다 '문단속'이 더 중요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오모씨(23)가 무더운 날씨에 문을 열고 자던 30대 여성의 집에 침입,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오씨는 지난해 여름 새벽 시간을 노려 복도식 아파트의 창문으로 짧은 옷을 입고 자던 여성을 지켜보며 음란행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28일 오전 5시30분쯤 부산 부산진구의 한 여관. 더운 여름에 문을 열고 자던 여관 여성직원 2명이 회식 후 여관을 찾은 박모씨(19)의 침입으로 성추행 당하고, 성폭행까지 당했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여름철은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시즌'이다. 통계적으로도 강제추행과 성폭행 등 성범죄가 집중된다. 지난 5월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2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1년 발생한 성범죄 2만2034건 중 여름철 발생은 6977건으로 31%를 차지, 4계절 중 1위를 기록했다. 여름은 봄철 5525건(25%) △가을 5505건(25%) △겨울 4027건(18%)에 비해 '성범죄 시즌'임이 입증되는 셈이다.

대검찰청 '2012 범죄분석'에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최근 5년 월별 발생빈도 (2007~2011) 분석 그래프 / 자료제공=대검찰청
◇여름이면 증가하는 성범죄 빈도

성범죄는 더위가 시작되는 5월부터 월별 2000건 이상 발생한 뒤 8월에 정점을 찍고 가을 겨울로 들어가며 감소 추세를 보인다. 대검찰청 '2012 범죄분석'의 월별 성범죄 발생 빈도는 '벗고 다니는' 8월은 '감싸고 다니는' 2월의 2배에 달하는 결과가 나왔다.

2011년 기준 성범죄의 월별 발생은 △1월 1300건 △2월 1298건 △3월 1678건 △4월 1762건 △5월 2085건 △6월 2127건 △7월 2422건 △8월 2428건 △9월 2020건 △10월 1820건 △11월 1665건 △12월 1429건으로 집계됐다.

여름철 성범죄가 겨울철에 비해 발생 빈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로 흔히 '노출'이 지목된다. 하지만 '노출'이 성범죄를 증가시킨다는 관측은 여전히 논란중이다.

여성가족부가 2011년 공개한 '2000~2010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발생추세와 동향분석'에 따르면 성폭행과 성추행 모두 여름 발생률이 높지만 대체적으로 모든 계절에 걸쳐 고르게 발생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부는 "성범죄가 여성들의 노출이 많아지는 여름에 집중된다는 통념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찰관들은 여름철 성범죄 증가에 대해 '활동성'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계와 실제 현장에서 접하는 것을 고려하면 성범죄 발생률이 여름철에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다른 계절보다 활동량이 증가하는 점이 원인이 되는 듯 하다"며 "야외 활동이 늘어 사람들이 접촉하는 빈도수가 늘어나 범죄율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활동량 증가는 성범죄가 늘어나는 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절도와 폭력 등 모든 범죄에 적용된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어 "성범죄 원인에 대해 여성들의 짧은 치마 등 노출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만 조금은 영향이 있을지 몰라도 여름철 성범죄 증가에 대해 적용할 요소는 아니다"고 말했다.

◇ '몸단속'보다 '문단속'에 신경써야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여름철 성범죄 원인 가운데 하나는 '노출'보다 '문단속'이다. 성폭행범 뿐 아니라 '도둑'들은 무더위에 창문 등을 열어놓고 잠이 든 허술한 틈을 노린다는 점이다.

대검찰청 '2012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1년 발생한 성범죄 5건 가운데 1건이 아파트 등 주거지에서 발생했다. 전체 2만2034건 중 4575건이 아파트 등 주거지(20.8%)에서 일어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겨울보다는 여름철에 창문이나 대문을 잠그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성폭행과 절도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구속된 '신림동 발바리' 전모씨(39)도 '여름철 새벽 문 열린 여성만 사는 집'을 노린 케이스다. 전씨는 2006년부터 지난해 7월 사이 12차례에 걸쳐 관악구 일대에서 범행할 당시 여름철 오전 2~3시 새벽시간에 창문이나 현관문이 열린 여성 자취방을 노린 것으로 경찰에서 조사됐다.

'문단속'은 성폭행 뿐 아니라 다른 범죄의 빌미를 제공한다. 여름철에는 문을 열고 지낸 뒤 외출이나 출근 시 '깜빡'하고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어 빈집털이의 표적이 되기 쉽다.

최근 서울 양천경찰서는 창문이 열린 복도식 아파트를 노려 방범창살을 뜯고 들어가 귀금속 털이한 중학교 선후배 김모씨(32) 등 3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복도의 창문을 통해 잠금 유무를 확인한 후 열린 창문일 경우 공구를 이용, 방범창살을 뜯어 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일당은 방범창살이 설치된 곳도 창문이 열려 있는 경우 빈집털이했다"며 "무더운 날씨와 휴가철에도 창문을 잠그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무더위 등으로 성범죄를 비롯해 범죄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개별적인 집안 문단속이 중요하다"며 "개인의 문단속과 더불어 경찰의 치안활동 강화도 여름철에는 특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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