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스로틀 작동여부에 논란 확산

머니투데이 샌프란시스코=유병률, 세종=김지산 기자 | 2013.07.11 13:28

[아시아나 美 사고]"인게이지버튼 누르지 않아도 실속 방지기능 작동"

항공기의 자동속도조절기능인 오토스로틀(Auto-throttle)의 기능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정 속도를 유지해줘야 하지만 제 기능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기계적 설정이 미흡해 결국 조종사 실수였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오토스로틀은 자동차의 크루즈 기능과 같은 것으로 항공기가 적정속도에 맞춰 운행하도록 하는 기능이다.

◇'오토스로틀 암드(armed) 모드가 전부 아니다'

데버라 허스만 NTSB 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오토스로틀이 작동가능상태인 '암드' 위치에 있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작동하고(active)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오토스로틀은 모두 5가지 모드가 있고 동시에 다양한 설정이 가능하다"며 "조종실내 기기가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오토스로틀이 작동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스만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고기 조종사들이 "당시 오토스로틀 기능을 암드 위치에 두고 작동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느려져 사고가 났다"고 한 진술을 겨냥한 것이다. 조종사들은 오토스로틀을 착륙시 적정속도인 137노트로 암드 모드에 맞춰 놓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기기결함을 시사했다.

허스만 위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대부분 항공기에서 플라이트 디렉터(flight director, 항행지시기)가 한쪽은 켜져 있고 다른 쪽은 꺼져 있는 상태에서는 오토스로틀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는 플라이트 디텍터가 조화를 이루면서 작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오토스로틀은 플라이트 디렉터가 양쪽 모두 켜지거나, 꺼진 상태여야 확실히 작동하게 된다"며 "훈련 기장이 거의 충돌 직전 순간에 오토스로틀이 속도를 콘트롤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플라이트 디렉터는 항공기의 자세나 속도, 고도, 방위 등을 정해진 비행경로에 맞게 설정해주고 이에 따라 적절한 조종을 지시하는 장치다. NTSB에 따르면 사고기의 두 조종사 가운데 조종실 왼쪽에 앉은 조종사 이강국 기장은 플라이트 디렉터를 끈 상태였고 오른쪽에 앉은 교관 비행사 이정민 기장은 이를 켠 상태였다.

미국의 항공전문가들도 "설령 암드 위치에 있었다 하더라도, 실제로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안전컨설턴트인 더그 모스씨는 CBS 방송에 출연, "조종사들은 착륙시에 오토스트롤을 암드 모드에 자주 두기도 하는데 엄밀히 말해 암드는 온(on) 모드가 아니라, '작동(on) 준비 상태(made ready for activation)'"라고 말했다.

◇"실속 방지기능 작동 안한 것"


현직 조종사들은 NTSB 발표 내용에 수긍하지 않고 있다. 플라이트 디렉터나 오토스로틀 작동을 위한 별도의 설정이 실속방지기능(stall protection)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현직 B777기 기장이기도 한 박종국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이사는 "오토스로틀 작동을 위해 스로틀 레버(가속 장치) 양 옆의 커넥터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고 해도 오토스로틀 스위치를 'A/T ARM'(암드 포지션)에 놓았다면 충돌에 이르기까지 속도가 떨어져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종석 뒷편에서 봤을 때 왼쪽 조종사 정면에 위치한 오토스로틀 스위치는 'A/T ARM', 'OFF' 등 두 가지 설정을 할 수 있다. 암드 포지션은 오토스로틀 작동을 위한 준비단계에 해당한다. 자동차 주행을 위해 시동을 건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고기에서 오토스로틀 스위치가 암드 포지션에 있었다는 건 국토부와 NTSB 모두 확인한 내용이다.

스위치를 암드 포지션에 설정한 다음에는 속도를 조절하는 스로틀 레버 양쪽에 커넥트 버튼을 눌러야 한다. 커넥트 버튼은 인게이지(engage) 버튼이라고도 한다. 커넥트 버튼을 눌러야 비로소 오토스로틀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커넥트 버튼을 누른 상태에선 항공기가 조종사가 설정한 속도에 맞춘다.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이 기능이 먹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위험 상황에 이르기 전 속도를 높여주는 기능까지 잠자는 건 아니다. 커넥트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오토스로틀 스위치가 암드 포지션에 놓여 있기만 하면 실속 방지기능이 작동한다는 말이다.

박 이사는 "조종사들이 커넥트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운항을 해서 속도유지 장치인 오토스로틀이 완전히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스위치를 암드 포지션으로 설정한 상태에서 기체 속도가 103노트(190km/h)까지 떨어진다는 건 이론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실속 방지기능이 작동하는 속도는 같은 항공기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승객 수와 수화물 무게가 시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B777 기장은 "충돌 위기상황에서 플라이트 디렉터와 커넥트 버튼 작동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오토스로틀이 암드 포지션에 있었다면 두 가지 설정을 하지 않아도 실속 방지기능이 작동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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