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시장' 믿고 떨어지는 칼 잡기…결과는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 2013.07.11 09:15

[행동재무학]<22>아비트라지(arbitrage)의 한계…효율적 시장 믿다가 깡통찰 수 있다

편집자주 |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는 250만원, 현 주가는 124만8천원. 따라서 삼성전자 주가는 현 시점에서 100%나 상승가능하다.”

삼성전자의 현 주가는 미국의 리서치 회사인 샌퍼드 번스타인(Sanford Bernstein)이 제시한 목표주가 250만원과 비교하면 정말 형편없이 낮다. 낮아도 '너~무' 낮다. 이 목표주가가 삼성전자의 진정한 펀더멘탈을 감안한 것이라면 현 주가는 그야말로 헐값 수준이다.

그런데 주가가 왜 이렇게 헐값 수준까지 떨어졌을까? 주가는 펀더멘탈을 즉시 반영한다고 말하는 효율적 시장가설(EMH)이 맞다면, 왜 주가는 목표주가에 바로 회복하지 못하고 계속 추락하기만 하는 걸까? 효율적 시장가설을 믿고 소위 '물타기'하며 기다리면 마침내 대박을 건질 수 있을까?

효율적 시장가설은 주가가 대부분의 경우 적정가격이며 만약 적정가격에서 벗어나게 되면 빠르게 적정가격으로 돌아온다고 주장한다. 주가가 적정가격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이유는 바로 ‘멍청한’(foolish) 노이즈(noise) 트레이더 때문이고, 적정가격에서 벗어난 주가가 다시 적정가격으로 복귀하는 것은 ‘똑똑한’(sophisticated) 아비트라저(arbitrageur)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비트라지(arbitrage)는 재무학에서 비정상적인 가격차이를 이용하여 이익을 내는 전략을 일컸는 말이다. 아비트라저(arbitrageur)는 그런 전략을 이용하는 투자자다.

재무학계의 거장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피셔 블랙(Fisher Black), 그리고 유진 파머(Eugene Fama) 모두 아비트라저는 노이즈 트레이더가 행한 '멍청한' 매매에 정반대의 매매 포지션을 취하고 참을성있게(patiently) 기다리리면 노이즈 트레이더와의 주식게임에서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노이즈 트레이더는 아비트라저 때문에 모든 돈을 잃게 된다고 봤다.

이처럼 효율적 시장가설이 성립하기 위해선 노이즈 트레이더에 대항하는 아비트라저가 시장에 충분히 존재해야 하고 또 아비트라저는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어 노이즈 트레이더의 어떠한 '멍청한' 매매도 상쇄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충분한 자금력이라 함은 반드시 소유한 현금이 많아야 함을 의미하지 않고 언제든지 그리고 얼마든지 차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포함한다.

하지만 효율적 시장가설을 믿지 않는 이들은 아비트라저가 현실적 상황에서 충분한 자금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꼬집는다. 즉 현실 세계에선 아비트라저에게 제한된(limited) 자금 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노이즈 트레이더의 매매행위를 정확히 상쇄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를 ‘아비트라지의 한계’(limits to arbitrage)라 부른다. 따라서 아비트라지의 한계 때문에 주가가 적정가격을 벗어나도 재빨리 회귀하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노이즈 트레이더가 주가를 계속적으로 적정가격에서 벗어나게 할 때 아비트라저는 반대 매매 포지션을 취해 이러한 괴리를 해소해야 하는데 이러다보면 아비트라저의 자금이 바닥이 날 수 있다(또는 더 이상 자금을 빌릴 수 없게 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돈을 빌려 노이즈 트레이더의 멍청한 매매에 맞서다가 주가가 적정가격으로 회귀하기도 전에 그만 대출금 만기가 도래해 파산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적정가격에서 벗어난 주가는 아비트라지의 한계로 인해 적정가격으로 금방 회귀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벗어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아비트라지의 한계는 포커 게임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포커 게임에서 아무리 좋은 카드를 쥐고 있어도 내게 돈이 없으면(당연히 추가로 빌릴 수도 없다) 상대방의 소위 ‘뻥 카드’를 이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안드레이 쉴라이퍼(Andrei Shleifer) 하버드대학 교수는 1990년 노이즈 트레이드로 인해 아비트라저가 돈을 모두 날려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쉴라이퍼 모델’(Shleifer model)이다.

쉴라이퍼의 모델은 만약 노이즈 트레이더의 수가 주식시장에 엄청 많고 또 자금도 충분히 많다면 주가는 적정가격에서 점점 멀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여줬다. 즉 효율적 시장가설의 주장대로 주가가 적정가격에 금방 회귀하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만약 이렇게 되면, 아비트라저가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손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비트라저는 주가와 적정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더라도 선뜻 반대 매매 포지션을 취하지 못하게 되고, 그럴수록 주가의 적정가격 회귀는 더욱 어렵게 된다.

결과적으로 노이즈 트레이더가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게 되고 적정가격으로 금방 회귀하리라 믿고 반대 매매 포지션을 취했던 아비트라저는 오히려 큰 손실을 입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쉴라이퍼 모델은 효율적 시장가설을 믿고 소위 '물타기'를 하며 떨어지는 칼을 잡다간 깡통찰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효율적 시장가설은 노이즈 트레이더가 반란을 일으킬때마다 아비트라저에 의해 무참히 진압된다고 보지만, 쉴라이퍼 모델은 경우에 따라선 아비트라저의 역부족으로 인해 노이즈 트레이더가 반란에 성공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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