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기 '조종사 과실가설' 놓고 진실공방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13.07.08 19:02

[아시아나 美 사고]저속 저고도 접근이 사고로..그러나 그 원인은 미스터리


아시아나기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의 원인을 놓고 진실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 교통당국의 초동조사와 목격자 증언, 조종사 경력 등을 근거로 조종사 과실 가설에 무게가 실리자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즉각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고항공기 OZ214편이 활주로에 비정상적으로 낮은 속도와 고도로 접근한 점, 충돌순간까지 사고기가 기체 이상징후를 느낀 흔적이 없는 점 등이 조종사 과실 가설의 정황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조종사가 미처 확인할 수 없었던 기체 결함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고원인은 여전히 안개속에 갇혀있다고 봐야한다. 결국 사고의 미스테리는 충돌 전 7초 전 사고기의 급감속 상황이 규명돼야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조종사 과실 가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8일 조종실 음성녹음 기록을 분석한 결과 사고기가 활주로에 접근할 당시 고도와 속도가 기준에 못미치는 저속·저도비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공항 관제탑은 충돌 7초를 앞두고서야 사고기 운항 속도도가 비정상인 것을 인지하고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했다. 이에 사고기가 가속을 시도했으나 충돌 4초전 실속경보가 울렸다. 사고기는 충돌 1.5초 전 사고기가 착륙 대신 고도를 높이기 위해 기수를 올렸으나 동체 뒷부분인 꼬리 부분이 방파제에 부딪히며 지면에 충돌했다고 NTSB는 분석했다.

NTSB의 발표 후 사고 원인으로 조종사의 과실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아직까지 기체나 엔진 결함이 있었다는 상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조종사가 착륙 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한 속도와 고도를 잘못 계산했고 착륙 직전에야 이를 알아차리고 바로 잡으려 했으나 충돌을 피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는 추측이다.

당시 착륙을 담당한 이강식 기장이 기종 전환을 위한 '관숙비행' 중이었다는 점이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관숙비행은 기종 전환을 위해 필요한 비행 시간을 채우는 일종의 '수습비행'이다. 이 기장은 9번째 관숙비행 중이었고 B777 기종의 비행시간이 43시간에 불과했다. 중형기인 A321기를 주로 운항했던 이 기장으로선 대형기 운항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착륙 활주로에 자동착륙유도장치(글라이드 슬로프 : Glide Slope)가 고장나 계기착륙에서 수동착륙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행 경험이 많지 않은 B777 기종의 조작 실수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동운항시스템을 수동운항으로 전환할 때 속도와 고도를 제어하는 계기 조작을 착각해 실속이 발생하면서 정상적인 속도와 고도를 이탈했다는 것이다.

익명의 항공 전문가는 "기체 크기가 변한 것은 물론 에어버스와 보잉 기종은 기기 조작 면에서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행 과정에서 실수가 생길 수 있고 이 때문에 당황해 갑작스러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공항 측 역시 활주로의 자동착륙유도장치를 쓸 수 없다는 것이 이미 항공사들에게 고지된 상태였기 때문에 관제시스템이 사고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이다.

◇ 조종사 미숙 말도 안되는 소리 = 그러나 아시아나 측은 조종사의 조작미숙 가능성을 일축했다. 충분한 교육을 통해 새 기종 조종을 숙달시켰고 풍부한 비행 경험을 보유한 교관 기장이 동석해 운항안전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관숙비행은 국제 항공업계에서 통용되는 훈련 과정이며 운항의 책임은 교관 기장에 있다"며 "(조종사 미숙이라는) 추측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고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도 조종사의 실수로 보기에는 속도와 고도의 저하가 지나치게 갑작스럽다고 지적한다. 만일 조종사 실수로 운항에 이상이 발생했다면 관제탑에서 이를 충분히 감지했어야 하는데 관제탑 또한 충돌 7초전까지 인지하지 못한 것은 조종사와 관제탑 간 소통이 잘못됐거나 양측 모두 정상 운항으로 인지할만한 또다른 원인이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속도를 표시하는 속도계나 이와 관련한 제어 소프트웨어의 문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사고기의 블랙박스가 분석된 후 규명될 전망이다. 미국 NTSB와 우리 측 사고조사위원회는 공동으로 블랙박스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사고에 대한 조사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만 이번 사고 항공기의 조종사가 생존하고 있어 여타 다른 항공사고에 비해 조사결과가 빨리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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