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마다 홍역…개고기 '자연도태' 될까

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 2013.07.09 08:46
'식용'으로 판매된 개들이 철창에 갇혀 있다./사진제공=동물사랑실천협회
해마다 여름 복날이 다가오면 '개들의 사투'가 펼쳐진다. 덩달아 인간도 바빠진다. 개농장과 동물보호단체들은 먹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투쟁이 벌어진다. 법령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현실에는 존재하는 '개고기' 때문이다.

'개고기 합법화' 논쟁은 여름철만 되면 되풀이 된다. 정부는 '반려동물'과 '고기'라는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진 이해 당사자들을 바라보며 판정을 미루고 있다.

◇식당에는 있고 법에는 없는…'개고기' 사각지대

현행 축산물가공처리법에서 규정하는 '가축'은 소·말·양(염소)· 돼지·닭·오리·사슴·토끼·칠면조·거위·메추리·꿩·당나귀 등 13종이다. 가축들은 도축부터 조리까지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기적으로 위생 검사를 한다.

'개'의 경우 '고기'에서 빠져있다. 때문에 단속과 위생관리 등 대상이 아니다. 관련 법조항이 없기 때문에 개고기를 사고파는 행위는 합법도 위법도 아닌 '애매한 처지'다.

개고기 식용에 찬성하는 이들은 개고기를 합법화해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하자고 주장한다. 반려견은 보호하고, 식용견은 깨끗한 환경에서 도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합법화'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고유 식문화이기는 하지만 전세계로부터 '개먹는 나라'라는 반감을 받을 여지가 큰 데다, 시민들의 동물보호 인식도 상당 수준으로 향상돼 논의를 꺼내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이해찬 국무총리는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관련 부처를 모아 개고기 문제를 논의했지만 잔인한 도축과 비위생적인 환경에 대한 단속 대책을 세웠을 뿐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개고기 관련 업자들과 동물보호단체의 극명한 대립만 재차 확인했다.

정부는 개고기가 '자연도태'되기를 기다리는 형편이다. 개고기는 1980년대 올림픽 등 국제 행사를 앞두고 '혐오식품'으로 인식되면서 뒷골목으로 물러났다. 서울시의 경우 1984년 시 차원에서 대대적인 단속까지 벌이면서 업자들은 '보신탕' 간판을 떼고 '영양탕'이나 '사철탕' 등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농림부 검역본부 관계자는 "합법화는 정치권에서도 말을 꺼내기 부담스러워 하는 데다 세계 동물보호단체에서도 꾸준히 문제제기가 들어오는 등 정부차원에서 주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동물은 '가족', 개고기 자연도태되나


8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12년 동물보호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가정이 17.8%로 집계됐다. 전국 반려동물 사육가정 수는 359만 세대로 추산됐다.

2008년 개정된 동물보호법도 개를 매달아 때려 죽이거나 다른 개가 보는 앞에서 도살하는 등 잔인하게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동물 복지가 강화됐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개고기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개고기가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개고기 관련 종사들이 영업을 정리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주고 전면금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고기 영업을 새로 내주지 않고 금지시키면서 기존 식당 등 영업장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면 저절로 개고기 판매가 자연적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개 값'이 떨어지는 점도 기존 식당의 영업이 사라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동물보호단체는 보고 있다.

한 개농장 업주는 "한 근(600g)에 4800원 하던 게 3500원으로 떨어져 지난해보다 개고기 가격이 마리당 4만~5만원 낮아졌다"며 "개고기 장사가 10년도 더 안갈 것 같다"고 예상했다.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기존 수요를 유지하거나 줄어드는 반면 고기 값이 떨어지면서 식당간 경쟁이 심해져 문닫는 곳이 상당수 생겨날 것이라는 논리다.

정부 관계자들은 합법화만큼이나 금지에도 회의적이다.

농림부 방역총괄과 관계자는 "개고기 상인들은 현재 개농장 등 영업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보상해주면 접을 수 있다고 한다"며 "개고기 금지 이후 다른 생계 수단까지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면 안 해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고기를 금지하고 업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기 위해서는 개사육 현장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이 자체로 '합법화'가 돼 인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국민 건강과 위생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되면 모르겠지만 정확한 근거가 없이는 현시점에서는 어느 쪽으로도 건드릴 수 조차 없다"며 "다만 동물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이해당사자들의 간격을 좁혀 나가도록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
  5. 5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