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자동차 본토 美서 성공한 이유?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13.07.05 06:06

[창간기획;세계는 일자리 전쟁중, 우리는...]<3부 3-2>'정부 인센티브+노사협력=효율성, 생산성 제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올 상반기 미국에서 각각 36만1010대와 27만7351대를 팔았다. 1년 전보다 현대차는 1.2% 늘었지만 기아차는 3.9%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도 8.9%에서 8.2%로 0.7%포인트 떨어졌다. 오토모티브뉴스가 평가하듯 폭스바겐과 함께 최근 수년간 미국시장의 승자였지만 올해는 고전하는 티가 역력하다.

언뜻 보기에 엔저를 앞세운 닛산 등 일본차 업체들이 가격할인 등 판촉을 강화하면서 수세에 몰린 듯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두 회사 모두 기본적으로 재고가 빠듯하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 모두 지난해 3교대로 전환해 생산규모를 각각 36만대로 확대했는데도 물량공급이 부족하다.

쏘나타처럼 차량모델 노후화로 내년 신차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보릿고개를 감수해야 하는데도 현대차는 선전중이다. 기아차의 판매감소도 지난해 워낙 많이 판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다.

이처럼 관세, 환율 등 무역장벽을 넘기 위해 세웠던 미국공장은 현대기아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5위 업체로 성장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미국공장의 성공은 자동차의 품질이 높아졌다는 요인 외에도 현지 주정부의 지원, 노사안정 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주정부, 규제보다 인센티브
현대차는 2001년 1월, 북미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돌입해 2002년 4월 켄터키주 글렌데일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앨마배마주 몽고메리를 공장부지로 확정했다. 앨라매바를 선택한 것은 신공장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 등 최고의 투자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앨라매바 주 정부와 지역지도자들의 노력 때문. 부지무상 제공, 법인세 면제 등 약 2억5000만 달러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초기 채용된 2000여명의 생산직 근로자들의 교육비도 모두 부담했다.

2005년 기아차가 공장부지를 물색할 때도 마찬가지다. 미시시피주 메리디언시 등 여러 주와 도시가 경쟁했다. 조지아주가 다른 주에 비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조건으로 내걸자 이에 자극받은 인근 주지시가 총 10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하기도 했다.

행복한 고민에 빠졌던 기아차는 현대차의 미국공장과 134km 거리에 있어 이미 현지에 진출해 있던 부품업체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지아주를 선택했다.

부지, 인프라 등 실물 제공과 고용창출 지원금, 프로젝트 지원금 등 현금지원에다 세금감면까지 포함해 4억1000만 달러 수준의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이었다.

조지아주는 공장주변의 고속도로에서 공장으로 연결되는 인터체인지를 새로 만들었고 공장 정문 앞을 지나는 기아 파크웨이, 트레이닝센터로 연결되는 기아 블러버드도 개통시켰다. 또 미국 철도운영업체인 CSX가 기아차 조지아 공장 내부로 유입되는 철도를 새로 깔 수 있도록 해 물류편의성도 높여줬다.

올해 들어선 한국 운전면허소지자들이 별도의 시험 없이 면허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발효시켰다. 지난해말에는 향후 16년간 16억 달러의 투자에 대한 면세혜택도 줬다.


지금도 미국의 일부 주는 현대기아차의 공장건립에 대한 문의나 의뢰를 해 오고 있다. 물량공급 부족에 직면한 현대기아차가 공장을 지을 경우 유치를 하기 위해서다.


안정된 노사관계도 미국공장의 생산성 향상의 핵심적인 동인이다. 디트로이트 등 미국 북부지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내는 전미자동차 노조(UAW)는 남부지역에서 조직화가 덜 돼 있다.

이런 까닭에 앨라배마 주에는 현대차 외에도 벤츠와 혼다가, 조지아주에는 기아차와 GM 등이 생산거점을 만들었다.

현대기아차는 주재원들이 본사와 연결고리 역할만 수행할 뿐 현지 인사관리는 철저하게 미국인 중심의 현지인에 의해 운영하도록 했다.

지역 평균대비 2배 가까운 급여와 후한 복리후생제도를 만들어 근로자들의 만족도도 높였다.

이렇게 형성된 신뢰관계에 기초해 회사가 진행하려는 사업에 대해 근로자들이 회사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 믿고 있으며 제3자의 간섭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전미자동차노조처럼 강력한 산별노조가 들어서는 것에 대해 이곳 근로자들은 외부의 개입이라 여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공장이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라 근로자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정치파업 등에 참여하는 것과는 딴판인 셈이다.

국내서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에 따른 주말특근의 심야수당 보전을 놓고 3개월가량 주말특근을 거부하는 현상은 없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은 지난해 9월부터 2교대에서 3교대로 바꿨다. 기아차 조지아공장도 2011년 6월에 3교대제를 도입했지만 근무제도 변경을 놓고 갈등이나 마찰은 없다.

생산성도 국내공장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는 73대,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66대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53대, 기아차 소하리 공장은 44대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보다 인센티브를 제공해 효율성이 높고, 근로자들이 3교대제 전환 등 회사의 정책에 협력해 줘 생산성이 국내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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