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포도나무와 모바일 창조·혁신

머니투데이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 2013.06.25 05:21

[최재홍의 모바일인사이드]<2>모바일 창조·혁신 결실? 지속적인 관심·열정 있어야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 사진=머니투데이
아파트 베란다에 놀라운 일이 생겼다. 3년 전 아들이 먹다 뱉어 심어놓은 포도씨앗이 올해 첫 열매를 맺은 것. 3년 전 싹만 움텄던 씨앗은 지난해는 베란다 천정의 빨랫대를 감고 오르더니 올해는 포도가 두 덩이가 생겨났다.

한번쯤은 과일을 먹고 그 씨앗을 땅에 심어 본 경험들이 있을 듯하다. 나도 오래전 영양가 높은 토양을 골라 과일의 씨앗을 파묻었던 기억은 있다. 하지만 그 씨앗은 싹을 내리지 못했다. 3년 전 여름 아이의 질문은 "아빠 이거 심으면 포도송이가 얼릴까요?"였다. 나의 대답은 "원래는 그래야 하는데 안될거다"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포도씨앗은 파랗고 탱글탱글한 포도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나와 아이의 똑 같은 행동에 너무도 다른 결과의 원인은 무엇인가? 번뜩이듯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아이는 어려운 환경에 속에서도 물을 주고, 햇빛을 따라 화분을 옮기고, 더운 날씨에 추운 겨울에 모두를 견딜 수 있도록 만져주고 감싸주고 돌봤다. 다른 결과의 근본적인 원인은 집행자의 '지속적인 관심'이었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빛이 나는 CEO들이 우리나라를 연이어 방문을 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게이츠', 구글의 '레리 페이지'에 이어 며칠 전에는 젊은이들의 우상인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한국에서 하루를 묵었다.

이들이 한국에 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는 세계 최고의 갤럭시를 가진 삼성전자라는 회사가 있고, 개발자들이 뛰어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들이 많다'라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 그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에게 있다기보다는 그들 자체에 있다.

모바일에 대한 '끊임없는 지속적인 관심과 열정'이다. 그들은 모바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시간을 낸다. 사람들을 만나고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새로운 일들을 벌인다. 지난달 열린 구글의 개발자 대회인 구글 I/O나 최근 애플의 'WWDC 2013'을 보면서도 느끼게 된다. 지난 4월에는 아마존닷컴의 앱스토어와 킨들이 한국에 입성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이제는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애플, 구글, MS, 아마존까지 모두가 한국에 발을 딛게 됐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 또한 지속적인 관심과 열정에는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한국이 세계 모바일 강호의 각축장이 된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창조와 혁신'이라는 용어가 많이 눈과 귀에 들어온다. 여기에 모바일이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조심스럽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관심이 부담스럽다. 온몸을 뜨거운 열정으로 불살라도 실패하기 쉬운 일들이 너무도 많은데도 갑작스러운 혁신과 창조에 대한 열창이 적응되지 않는다.

예를들어 아마존닷컴의 CEO인 제프 베조스는 1994년 창업이래 '계속적인 혁신과 끊임없이 진화하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회사의 모토로 삼으면서 기업을 성장시켜왔다. 창조와 혁신, 새로운 도전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멈추지 않으며, 꾸준하며, 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 비록 척박한 토양이라 할지라도 집행자의 꾸준한 관심과 애정 어린 사랑이 결국은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요즘은 누구나, 어디서나 '모바일의 창조와 혁신'을 유행과 같이 얘기한다. 입고 벗는 멋진 옷처럼 화려하게 말하고 행동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멋지게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도 오랫동안 관심과 애정을 가지신 분들의 열창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실패하지 않고 파랗고 탱글탱글한 열매를 많이 맺을 수 있으니까. 나와 같이 '원래는 그래야하는데 안될거다'라고 자라나는 아이디어 킬러가 많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포도를 먹을 줄만 알았지 오랫동안 수고해야하는 과정을 보지 못한 내 자신을 반성했다. 열매에 대한 절박함과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가지지 못했던 것에도 부끄럽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번 가을에 잘 익은 포도를 제일 먼저 따먹으려 들것이다. 모바일 생태계에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없이 유행처럼 따라붙은 주체들이 가장 먼저 체 익지도 않은 결실을 차지하려 하지는 않을지 불안감이 엄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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