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바보야, 위기땐 총자본흐름이 문제야"

머니투데이 신종국 영국 퀸즈대학(벨파스트) 경제학 교수 | 2013.06.25 06:00

출구정책발 금융혼란속 핫머니 이동 선제적 감시해야

/사진=이동훈 기자

지난 5월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하 연준) 이사회에서 출구정책이 언급된 후,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러자 버냉키 연준 의장은 출구정책이란 양적완화(QE3)의 속도를 완화하겠다는 뜻이지, 당장 기준금리를 높이는 긴축적 금융정책으로 돌아서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수습에 나섰다.

즉, QE3하에서 미 연준은 공개시장 정책 등을 통해 매달 400억불 이상의 채권 (주로 주택관련채권)을 매입하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왔는데, 실업률 등의 지표를 보았을 때 미국 경제가 차츰 나아지고 있으므로 앞으로 그 매입량을 줄여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준의 채권 매입축소는 곧 세계금융시장에서 유동성 증가 속도의 둔화로 이어질 것이며, 미국 경기가 계속 좋아질 경우 향후 2~3년 안에 기준금리 상승 등을 포함한 긴축적 통화정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임은 명백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최근 일본이나 한국 증시의 주가 하락은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 그간 연준의 양적완화 덕분에 낮은 금리로 미국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여 해외시장에서 유동성 장세를 연출하였던 국제 시장의 핫머니가 출구정책의 시작과 더불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 자금의 급작스러운 이동은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정책 당국은 당분간 시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 1997년 및 2008년의 금융위기를 통해, 금융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양호한 펀더멘털을 가진 회사들도 신규 자금 조달 및 기존 부채의 만기연장 (roll over)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국가 전체의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험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몇몇 연구들은 금융 시스템 위험의 척도로 국가의 순자본흐름 (net capital flow)보다는 총자본흐름 (total capital flow)을 주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Borio와 Disyatat (2011)은 2008년 여러 국가의 순국제자본흐름(경상계정)엔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총자본의 유출입이 세계적으로 크게 감소했다며, 이러한 국제 총자본흐름의 급감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지목했다.


또한 Broner et al. (2011)은 103개국의 1970-2009년 자료를 이용한 연구에서 순자본흐름보다 국제 총자본흐름의 변동이 훨씬 심했으며, 총자본 이동이 보다 경기순행적임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제가 어려워지거나, 금융시장이 경직되면 총자본흐름이 급감하여 경기 변동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그러나 순자본계정이 양호한 상태라면 자본이 부채보다 많거나 비슷할 것이고, 부채를 상환하는데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만기불일치와 위기시 신용경색의 위험을 간과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기존의 부채 상환 등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기보다는 은행이나 채권시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만기불일치문제가 상존하기 마련이다. 물론 순자본이 양호한 기업들은 기존의 조건과 비슷한 조건으로 부채를 만기연장할 수 있으므로 평상시에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동안 지속될 수 있는 금융 혼란기에는 시장의 유동성이 말라 붙어 기업의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국제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자들이 신용공여에 인색할 것이라는 기대 하에 자신도 회사채나 이머징마켓의 국채 등 위험자산을 회피하거나,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된다. 일종의 뱅크런과 유사한 이러한 신용경색 하에서는 펀더멘털이 양호한 기업들도 국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으며, 당국이 이러한 상황을 방치할 경우 국가 수준의 유동성 위기로 번져나갈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요구되는 유동성의 크기는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본흐름이 아닌, 유사시 갚아야 할 총부채의 양인 총자본흐름을 주시할 때에만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Gourinchas 2012, Shin and Subramanian 2013).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 전체의 신용경색위험은 개별기업들에게는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므로 민간부문에서는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 정책 당국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총자본계정의 흐름에 주목하여 유사시 필요한 국제 통화의 양을 파악하고, IMF 등 국제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다자간 통화 스와프라인을 유지/확대하고, 필요시 민간 부문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다른 부문으로 유동성 위기가 퍼져나가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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