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일본계에 STX에너지 헐값매각 논란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 2013.06.21 16:52

적대적M&A 오릭스에 ㈜STX 보유분 2700억 매각 제안…일본계에 국부 넘기기 지적

STX그룹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KDB산업은행이 보유 채권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STX에너지 경영권 지분을 오릭스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게 명분이지만 국가의 기저발전 사업을 일본계 자본에 넘긴다는 논란을 사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STX 채권단은 이날 전체 회의를 갖고 ㈜STX가 보유한 STX에너지 지분 43.2%를 오릭스에 추가로 넘기는 방안을 논의했다. 오릭스는 ㈜STX의 STX에너지 지분을 27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는데 산업은행이 이를 거의 그대로 채권단 회의에 주요 안건으로 올렸다.

STX는 STX에너지 2대 주주였던 오릭스가 그룹 재정난을 틈타 사실상 적대적 M&A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본다. 당초 3600억 원을 투자하고 49% 지분을 취득해 FI(재무적 투자자) 본연에 맞는 2대 주주에 머물기로 했으나 최근 STX 동의 없이 지분을 88%까지 늘려가려고 한다. 오릭스의 이런 시도는 STX의 반발을 사 분쟁이 법정으로 이어진 상태다.

오릭스는 STX에너지가 보유한 북평화력발전소 사업권(51%)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업비 2조 원이 들어가는 이 기간산업 프로젝트는 오는 2016년까지 완료될 예정으로, 발전소가 완공되면 연간 150만 가구가 쓸 전기가 생산된다. 오릭스는 이 사업권을 가진 STX에너지를 차지해 이를 다시 포스코나 GS, SK그룹에 재매각하려 한다.

산업은행은 오릭스의 계획을 알면서도 STX에 대한 채권 회수를 앞당기고, 화력발전 건설비 금융주선을 도맡는 한편 STX에너지 재매각시 매각 자문사를 맡겠다는 계산으로 거래를 묵인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은행에서 STX 관련 실무는 류희경 부행장과 정용석 단장, 권영민 부장이 맡고 있다.


㈜STX는 산업은행에 끌려가는 입장이지만 내부 반발이 거세다. STX에너지를 오릭스보다 한앤컴퍼니에 팔면 1000억 원 가량(100% 기준)을 더 받을 수 있는데도 산업은행이 독자적인 셈법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STX는 오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백기사' 투자자로 한앤컴퍼니를 동원했고, 양사는 STX에너지 100% 기준 7350억 원에 매매를 합의했다.

한앤컴퍼니가 오릭스에 비해 가격을 높여 부른 까닭은 국내 SI(전략적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한앤컴퍼니는 국내 에너지 회사 두 곳과 이미 컨소시엄 협의를 끝낸 상태다. 이런 배경에서 산업은행이 국부에 해당하는 발전 사업을 두고 자신의 계산으로 일본계에 이익을 챙겨주는 섣부른 선택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북평화력발전 사업권을 가진 STX에너지의 재매각 가치는 100% 기준 1조 원을 호가한다"며 "이번 싸움은 3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가 가져갈 것이냐를 두고 오릭스-산업은행과 ㈜STX-한앤컴퍼니가 맞붙은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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