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출구 일정표 제시..."양적완화 연내 축소, 내년 중단"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3.06.20 15:28

(재종합)양적완화 종료에도 자산매각 당장 없다..기준금리 인상은 2015년부터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벤 버냉키 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출구 시점과 관련한 혼란을 줄이는 한편 시장에 '균형 잡힌' 신호를 주는 데 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친 데서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감이 쉽게 누그러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19일(뉴욕 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연준 전망대로 간다면 올 하반기 중에 양적완화(QE) 규모를 줄인 뒤 2014년 중순쯤 이를 중단할 것이다"고 말했다.

◇2014년 양적완화 중단...2015년 금리 인상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개선되는 등 경제 상황이 좋아져야 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으나 양적완화 축소 시점이 임박했음을 분명하게 밝히는 한편 양적완화 중단 시점까지도 공개한 것이다.

동시에 양적완화 축소 및 종료 시기를 구체적으로 공개한 동시에 기준금리는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점을 강조해 'QE 축소가 곧 긴축이 아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양적완화 축소와 중단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경제 회복을 위한 금리 정책은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양적완화 축소가 연준의 부양책 중단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나타낸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한다고 해서 경제 회복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양적완화 조치에 대한 결정은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그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버냉키는 기자회견에서 "대부분의 연준 위원들은 첫 번째 금리 인상 시기를 2015년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며 2015년 이전까지는 금리 인상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자산매입이 끝나는 시점까지도 실업률은 7% 근처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며 제로수준(0~0.25%)의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건 "먼 미래의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랜드콜트캐피탈의 매니징 파트너인 토드 쉔버거는 "연준이 시장 우려를 완화해 주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2015년 까지는 기준금리 인상이 없다는 점에 안도할 수 있어 추가 반등의 여지는 있다"고 전망했다.

웰스파고 투자전략담당 이사인 조지 러스낵은 "연준이 시장에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신호를 주면서도 너무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알레인 보코브자 소시에떼제너럴 글로벌자산배분 대표는 "연준이 공식적으로 정책을 바꾼다면 이는 통화긴축으로 봐야하며 모든 이머징 자산을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 뉴욕 시장과 20일 아시아 시장은 연준이 보낸 신호에 크게 반응했지만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머징 주식, 채권 시장이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지난 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대비 2% 떨어진 호주 달러는 중국 제조업 지표까지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며 2010년 9월 후 저점을 나타냈다.


앞서 19일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12년 3월 후 고점인 2.36%로 오르며 지난달 초 1.6%에 비해 급등한 수준을 보였고 뉴욕증시 S&P500과 다우지수도 1.4% 하락 마감했다.

리차드 제람 뱅크오브싱가포르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양적완화 축소의 실제 영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정책 변경 타이밍에 대한 기대가 약간 변했다고 해서 이렇게 공격적으로 위험자산을 매도하는 게 합리적이라곤 생각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리잘 상업은행의 리코 고메즈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위험 기피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며 "그러나 펀더멘털이 여전하기 때문에 (이머징 자산) 매도세가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적완화 종료 후 '자산매각' 당장 없다..내년 美 성장률도 상향 조정

이밖에 버냉키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정책과 관련해 두 가지 중요한 신호를 보냈다.

하나는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더라도 그동안 사들였던 모기지담보증권(MBS)을 곧바로 매각할 계획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벼냉키는 또 연준 역시 실업률이 6.5%까지 하락하더라도 자동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를 인상하기 위한 '기준 실업률'을 종전에 제시한 6.5%에서 더 하향조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연준은 이틀간의 FOMC 회의에서 매달 85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키로 결정했으며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연준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3~2.6%로 지난 3월의 2.3~2.8%보다 낮췄지만 내년 전망치는 종전 2.9~3.4%에서 3.0~3.5%로 상향 조정했다.

또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종전 7.3~7.5%에서 7.2~7.3%로 낮췄고 내년 실업률 전망치는 6.7~7.0%에서 6.5~6.8%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실업률이 6.5%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경제 전망과 노동시장에 대한 하방 위험이 지난해 가을 이후 축소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회의는 만장일치가 아닌 2명의 반대표가 나온 채 마무리 됐다.

10명의 FOMC 위원은 이번 결정을 승인했으나 에스더 조지 캔자스씨티 연은 총재는 정책이 지나치게 완화적이란 이유로 반대했으며, 제임스 루이스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 목표를 지키기 위한 의지를 더 강력히 피력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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