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이머징서 선진국으로 '리턴'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3.06.20 14:03
미국 출구전략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고조되며 글로벌 자금이 이머징에서 빠져나와 유럽, 미국 등 선진국으로 '리턴'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 메릴)가 19일(현지시간) 발표된 6월 펀드매니저 조사를 통해 이머징마켓 증시에 대한 투자비중 의견을 물어본 결과 '비중 축소' 의견이 '비중 확대' 의견을 9% 앞섰다고 밝혔다. '비중 축소' 의견이 우위를 보인 것은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올 2월만 하더라도 '비중확대' 의견이 43% 더 많았지만, 비중확대 순(純) 응답률은 4월과 5월엔 각각 13%와 3%로 낮아졌고, 급기야 6월엔 비중축소 의견이 우위로 전환, 비중축소 순 응답률이 9%를 기록했다.

실제로 이머징 마켓 주식펀드에서는 지난 주 57억600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올해 가장 많은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 美 양적완화 축소, 中 경기부진 여파....이머징 마켓 매도세 시작됐다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은 중국 경착륙이 글로벌 시장에 가장 큰 테일리스크로 꼽히고 있음을 드러낸다.

31%의 이머징 펀드매니저는 중국 경제가 향후 12개월간 약화될 것이라 예상했다. 같은 질문에 대한 5월 응답률 8%를 크게 상회하는 답변이다.

마이클 하트넷 BOfA 메릴 글로벌 리서치 투자전략가는 "오늘날 시장에서 가장 크게 역행하는 투자는 중국 자산과 관련된 투자"라며 "이머징 마켓 주식과 원자재 배분에 대한 낮은 투자비중은 시장이 중국 충격에 대해 과잉 포지션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6월 원자재 비중축소 의견은 비중확대 의견을 32%나 앞섰다. 원자재 비중축소 의견은 2월만 해도 비중확대를 불과 1% 앞섰으나 5월에는 28% 앞섰고, 6월엔 가장 큰 폭인 32%의 우위를 보였다.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기관들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해 왔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하반기 7%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 중국 당국의 올해 공식 성장률 목표는 7.5%다.

스튜어트 오클리 노무라 아시아 외환 트레이딩 담당자는 이머징 마켓 매도세가 이제 막 시작됐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9월 정례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한다면 펀드로부터의 자금 이탈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클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머징 마켓 자산과 통화엔 여전히 막대한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이 있다"며 "결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져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머징 이탈 자금 유럽과 미국 증시로 흘러 들어간다?

BOfA 메릴은 이머징마켓에서 자금이 이탈하며 유럽 증시가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BofA 메릴의 펀드매니저 조사 보고서에서 6월 유럽 증시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은 비중축소를 6% 더 앞섰다. 4월과 5월 조사에서 비중축소 답변이 8% 더 많았던 데 비하면 급격한 투자심리 개선이다.

보고서는 "유럽 주식 중에서도 통신, 금융서비스, 은행, 화학 등이 가장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유럽 경제에 대한 낙관론도 가장 큰 폭의 개선세를 보였다. 유럽 펀드매니저 응답자의 45%는 유로존 경제가 내년 회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5월 응답률 24%에서 현저하게 높아진 수준이다.

BOfA 메릴의 유럽 투자전략가 존 빌튼은 "투자자들은 이제 유럽 경제가 특정 수준의 안정화 단계로 돌아왔음을 볼 수 있다"며 "회복을 예상한 자산 배분이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견도 확대됐다. 6월 미 증시 비중확대는 비중축소를 25% 앞서며 13개월 최고치를 나타냈다. 4월과 5월엔 이 수치가 모두 20%로 집계됐다.

'아베노믹스'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17%더 많은 응답자가 일본 증시에 대해 비중확대를 유지했다. 7년 고점이었던 5월 31%나 4월 20% 보다는 줄어든 수치다.

◇유로존 주변국 국채시장도 예상치 않게 안정적인 모습

지난 3년간 전 세계 투자 긴장도의 척도였던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로존 주변국 국채 시장도 예상치 못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준 출구 우려에 미 국채와 독일 분드 금리가 급등해 왔고, 이머징 국채도 덜컹였지만 10년만기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고, 독일 국채와 이들 주변국 국채금리 차도 지난해 저점에 비해 소폭 확대됐을 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 주변국 국채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일단 유로존 주변국들이 올해 채권 시장 랠리를 활용해 자금조달을 발 빠르게 마쳤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입찰이 거의 없어 공급이 제한됐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지점은 유로존 주변국의 국채 시장 구조가 과거에 비해 크게 변했다는 점이다. 유로존 주변국이 지난 3년간 부채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의 국채 보유가 증가한 반면 외국인의 국채 보유는 1999년 유로존 창립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올해 외국 자본이 대거 유입된 탓에 최근 자본이탈이 많은 이머징마켓과는 대조적인 환경이다.

한편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6월 글로벌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확대 의견은 비중축소를 48% 앞섰고, 그 차이는 4월(47%)과 5월(41%)보다 더 커졌다.

반면 이번달 글로벌 채권에 대한 투자의견은 비중축소가 50% 앞서며 5월 38%에서 다시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4월에도 글로벌 채권 비중축소 의견은 비중 확대를 50%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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