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춘 박사의 지리산 흑돈, 우월한 육질 기반으로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 예정

머니위크 강동완 기자 | 2013.06.1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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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흑돈클러스터사업단(이하 사업단)과 박화춘 박사의 지리산흑돈이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박화춘 박사는 그동안 한국형 우량 흑돼지 품종 개량과 양돈시스템 구축에 힘써왔다.

지금까지 축적된 성과에 힘입어 유통과 외식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것이다. 사업단 활동과 지리산흑돈의 중심에는 늘 박화춘 박사가 있었다. 그는 현재 사업단의 기술고문이자 다산육종의 대표다.

◇ 시대에 따라 변화해온 돼지고기 섭취 패턴
박화춘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돼지고기 식문화는 유럽보다는 미국 쪽과 가깝다고 한다. 한국인은 돼지 지방질 섭취 위주의 식습관에 익숙하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시대에 따라 돼지고기에서 취하고자 했던 가치와 형태가 차츰 변해왔다고.

즉,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1920년대까지는 지방질 섭취가 목적이었다. 돼지고기가 에너지원으로서의 가치를 발휘한 시대였다. 그 후 1950년대까지는 생활에 편리한 음식이 주목받던 시대여서 돼지고기도 지방과 함께 단백질 공급원 구실이 중요해졌다.

1950~1980년대에는 소득증대와 더불어 섭취하는 음식의 질과 양이 높아지고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에너지원으로서의 돼지고기 구실은 줄어들었다. 대신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2000년 전후부터는 건강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돼지고기도 건강과 힐링 기능성을 요하는 살코기 위주로 소비자 니즈가 급변했다는 것이다. 박 박사의 육종 개량도 이런 시대 흐름과 무관치 않다.

그는 2000년에 고향 운봉에 내려와 처음 돼지농장을 시작했다. 운봉 일대의 지리산 자락은 해발 500m 이상의 청정지역이어서 그전부터 양질의 돼지 사육 적지였다. 육종 전문가인 그는 근본적으로 우량 흑돼지 종자 개발이 절실함을 느꼈다.

배를 채워줄 식량으로서가 아닌, 건강식품으로서의 돼지고기 니즈가 커진 시장 환경도 육종 사업을 서두르게 했다.

◇ 지리산 흑돈, 객관적 육질 기준 수치에서 다른 돈종 추월

시장이 원하는 건강 지향성 흑돼지는 육종 개량의 목표가 되었다. 우선 불포화지방산함량 이 64%정도로 높고, 올레인산이 일반 돈육에 비하여 25%정도 우수하다. 또한 포화지방산 대비 다가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아 0.4~0.45 정도로 조성이 적당한 품종이다.

아울러 LDL(저밀도 지질 단백질)보다 HDL(고밀도 지질 단백질)의 비율이 높은 품종이다. 여기에 pH가 높으면서 구울 때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는 가열 감량이 낮고, 미네랄, 필수 아미노산이나 광물질을 함유한 품종이어야 한다.

그는 지난 13년간 이런 품종을 찾아내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기존 재래종 흑돼지로는 생산성과 육질 개량에 한계가 있어 같은 흑돼지인 버크셔에 눈을 돌렸다. 우수한 버크셔 순종을 외국에서 들여왔다. 이후 우리나라 풍토에서 잘 자라고 고객 니즈에도 맞는 육질을 갖춘 버크셔를 찾아내는 작업에 몰두했다.

한국인의 돼지고기에 대한 기호 성향은 대체로 촉촉함, 부드러움, 고소함의 세 가지다. 지리산흑돈도 한국인의 기호 성향에 부합하기 위해 육질의 물성을 그런 조건에 맞췄다. 도축 후 24시간 pH5.8 이상을 유지하고, 적색근섬유수 비율이 10~12%이며, 가열 감량이 18% 이하다.

적색근섬유가 많을수록 육질이 좋아진다. 고려대 근육식품학실 자료에 따르면 재래흑돈 순종이나 삼원교잡종에 비해 지리산흑돈의 적색근섬유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슬로우푸드의 꽃 생햄, 지리산에서 피어나다
지리산 흑돈은 돈육 가공분야에도 계속 공을 들였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생햄이다. 생햄이란 돼지의 뒷다리를 통째로 천일염에 절여 신선한 공기만을 이용, 16~36개월의 오랜 기간 숙성시킨 육제품이다.

수준 높은 돈육문화가 형성된 나라에서는 각기 전통 생햄을 가지고 있다. 스페인의 하몽, 이탈리아의 파르마, 중국 금화햄 등이다. 이들은 수작업을 통해 소량 생산한다. 지역을 연고로 한정 생산하여 브랜드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지리산 흑돈에서는 2010년에 유한회사 솔마당(대표 오인숙)을 설립하고 장기 발효생햄을 생산, 판매한다. 남원시 운봉은 지리산 청정지역 고원과 완만한 산록에 위치, 생햄 생산에 필요한 발효와 건조에 최적의 입지다.

게다가 우수한 원료육인 지리산 흑돈을 바로 공급받을 수 있다. 국립축산과학원과 기술협약을 맺고 전북대햄과도 MOU를 체결, 연구개발과 품질 향상의 기반도 마련했다. 외국의 사례처럼 명품 생햄이 탄생할 좋은 조건은 다 갖춘 셈이다.


현재 와인판매점 및 동호인 등의 수요처에 공급하고 있다. (유)솔마당의 생햄 품질은 2010년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에 참가했던 스페인의 생햄 전문가가 극찬한 바 있다. 스페인은 2천년의 역사를 지닌 생햄 선진국이다.

또한 2012년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에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과 ‘2012 아그리젠토상’을 수상, 품질의 우수성을 공인받았다.

◇ '버크셔 클럽'과 포프리 꽁듀 등 다양한 유통망 구축
그가 공들여 개발한 지리산 흑돈은 현재 여러 경로를 통해 판매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남원시 아영면의 '버크셔 클럽'이다. 사업단의 본부이자 홍보관으로도 쓰는 건물 1층에 지리산 흑돈 전문점을 낸 것이다.

88고속도로 지리산 IC 바로 앞에 위치, 단체 관광객 손님이 많다. 지리산 흑돈에 대해 이미 정보를 입수하거나 그 명성을 알고 찾는 고객도 점차 늘고 있다.

지리산 흑돈의 부위를 골고루 맛보는 ‘명품 한 마리’(700g 5만8000원)는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로 구성했다. 또 삼겹살과 목심, 전지로 구성한 ‘흑도니 한 마리’(700g 4만6000원)도 있다. 식사메뉴로는 청국장(7000원)과 흑돈고추장불고기쌈밥(1만원)이 인기다.

청국장은 한식 명인 조용섭 씨가 주생면의 황토방에서 직접 띄운 장을 쓴다. 흑돈고추장불고기쌈밥은 고추장불고기를 각종 신선한 쌈채에 청국장이나 강된장을 넣고 싸먹는다. '버크셔 클럽'에서는 지리산 흑돈 원육을 판매하는 정육코너도 운영한다.

정육코너에서는 전국의 식당에 직판도 하고 일반 소비자에게 택배로도 판매한다. 가격은 삼겹살(1kg)이 2만5000원, 목살(1kg)이 2만2000원이다.

한편, 포프리 꽁듀(www.fourfree.com)라는 브랜드로 온라인상에서 고급 지리산 흑돈을 회원제로 판매한다. 위생적으로 가공 포장된 돈육을 다양한 세트로 구성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어 회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9월 프랜차이즈 사업을 개시, 양질 흑돈 공급도 지속
박화춘 박사는 오는 9월부터 인증형 프랜차이즈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우선 지리산 흑돈을 사용하는 점포를 대상으로 인증서를 부여한다. 가맹점에는 흑돈 조리 기술을 가르치고, 방송이나 인쇄 매체를 통해 광고와 홍보 활동을 전개하여 지원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 6월부터 사업설명회 등을 열어 관심 있는 점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 사업에는 뜻을 같이 하는 각계 전문가도 많아 박화춘 박사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다산육종은 우수한 연구진을 확보한 상태여서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월등한 육질의 지리산 흑돈을 가맹점들을 통해 꾸준히 공급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노령인구가 늘어날 것에 대비, 노인의 체질에 맞는 돼지고기 육질 개발을 위해 3,000두 정도의 표본에 대해 육질검사와 유전자 연구를 시행중이다.

박화춘 박사의 우량 종돈 개발 성공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우선 그 자체로 우리나라 외식업계와 축산 산업에 큰 기여를 했다. 또한 버크셔의 개발과정에서 얻은 연구 자료와 경험은 그것대로 육종학 관련분야의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품종의 계열이나 품종명을 모두 로마자로 표기할 수밖에 없었다. 원종이 외국산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박 박사가 얻어낸 결과물인 최종 품종들은 백두산, 한라산 등 우리의 산과 봉우리로 표기하고 한글로 등록되어 있다.

이는 품종의 자립이란 측면과 국가 자존심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국가적 쾌거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금은 건강이 화두인 시대이고 우월한 품종의 시대입니다. 차별화된 품종만 살아남습니다. 그래서 지리산 흑돈도 계속 진화해야 합니다. 현재로선 최선이지만 앞으로도 내내 그런 것은 아니지요.”

박화춘 박사는 육종전문가인 학자, 축산인, 기업 경영인으로 분주하게 살았다. 한국형 버크셔 품종 개발과 관련 연구 업적은 유관 학계에 큰 자극이 되었다. 현대식 대량 축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노하우는 축산 농가에 모범이 될 것이다.

이제 경영인으로서 지리산흑돼지의 본격적인 론칭을 위한 그의 움직임이 시동을 걸었다. 장기적으로 지리산 흑돈 테마파크 청사진도 준비 중이다. 과연 어떤 성과를 낼 지 기대가 크다. 그의 성패는 한국 농업의 미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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