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카티, '두카티닷컴' 타고 씽씽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3.06.17 06:00

[김신회의 터닝포인트]<7>두카티 브랜드커뮤니티 활용 전략

편집자주 | 세계적인 기업들이 겪은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일종의 '케이스스터디'라고 해도 좋겠네요. 위기를 황금 같은 기회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한 두카티 매장에 슈퍼바이크 '1199파니갈레'가 전시돼 있다./사진=블룸버그

이탈리아 고급 모터사이클업체 두카티(Ducati)는 회사 설립 70주년이 된 지난 1996년 파산위기를 맞는다. 미국의 할리데이비슨과 독일 BMW, 영국의 트라이엄프 등 쟁쟁한 업체들과의 경쟁에 더해 혼다, 야마하, 가와사키, 스즈키 등 일본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두카티는 연평균 2만대를 생산했지만, 혼다는 연간 540만대를 팔아치울 정도로 기세가 대단했다. 그동안 쌓은 전통과 명성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공세였다.

사모펀드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두카티는 1996년 미국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손에 넘어갔고, 전문 경영인 페데리코 미놀리가 CEO(최고경영자)로 투입됐다.

미놀리는 우선 비용절감에 집중했다. 가장 쉽고 빠른 대책이었다. 이를 악다물고 생산비용을 줄인 결과 5년도 안 돼 경영여건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지만 미놀리는 만족하지 않았다. 두카티가 탄탄한 고객 기반을 갖추고도 그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충성도 높은 슈퍼바이크 팬들을 한 데 아우를 수 있는 커뮤니티가 절실했다.

고민 끝에 미놀리는 기존 마케팅부서를 두카티닷컴(Ducati.com)이라는 웹 기반 부서로 뜯어고쳤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창의적인 젊은이들을 기용해 두카티와 고객, 슈퍼바이크 팬들이 온라인상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기업들은 인터넷을 활용하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두카티의 시도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두카티는 블로그와 온라인 포럼 및 대화방 등을 통해 고객과 쌍방향 소통에 나서 이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신제품 개발에까지 반영한 선두 기업들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두카티의 온라인 전략은 전 세계가 새 천년을 시작하며 한껏 들떴던 지난 2000년 1월1일 정점을 찍었다.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전용 모델인 'MH900e'를 선보인 것이다. 전설의 라이더 마이크 헤일우드가 1978년 영국 모터사이클 대회 투어리스트트로피(TT)에서 우승할 때 탔던 '900SS'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한정판 모델이었다. 헤일우드의 1978년 우승은 4년 전 큰 부상을 입고 은퇴했다가 복귀해서 이룬 쾌거로 'MH900e'는 곧 두카티의 부활을 의미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31분 만에 500대가 팔리더니, 10일 동안 2000대의 주문이 밀려들었다. 고객들이 1만5000유로(약 2250만원)나 하는 제품을 온라인 화면만 보고 구입한 것은 두카티라면 믿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후 실적 개선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5년 만에 매출은 4배나 늘었고, 시장 점유율은 두 배로 커졌다. 현재 두카티닷컴에 정식으로 등록한 이용자만 20만명에 달하고, 페이스북의 두카티 계정엔 1500만명이 팔로어로 등록돼 있다.

전문가들은 두카티처럼 성공적인 브랜드커뮤니티를 만들려면 단순한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브랜드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이들은 일반 고객보다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차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두카티는 고객과의 온라인 소통에 맨 먼저 나섰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일례로 두카티는 혁신에 기여한 이들을 이탈리아로 초청해 회사 박물관이나 공장 등을 둘러보게 했다. 커뮤니티 활동을 독려하는 일종의 보상이다.

'두카티스티'(Ducatisti)라고 불리는 두카티 소유주들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도 힘썼다. 아마추어 레이스나 바이크 투어 등 두카티스티만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하고, '두카티 사람들'이라는 광고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할리데이비슨도 지난 1980년대 두카티와 같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할리를 타는 이들을 '호그(HOG·Harley Owners Group)라는 이름으로 불러 모아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잘 만든 브랜드커뮤니티는 죽어가는 회사도 살린다며, 전략적인 차원에서 관리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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