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공포에 글로벌 채권시장 '지각변동'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3.06.14 17:12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출구' 공포가 글로벌 채권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국채와 함께 금융위기 동안 안전자산에 준해 거래됐던 미국의 투자적격 회사채는 출구 공포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됐다.

불과 얼마 전 애플, 보다폰, 페트로브라스 등 세계 최대 기업들이 역대 저점 수준의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고 투기등급 기업들도 저금리를 이용해 채권을 왕성하게 발행했지만 이 같은 풍경이 자취를 감춘 것.

마이클 콜린스 프루덴셜 채권 부문 투자 담당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채권시장이 다소 재앙에 처한 듯하다"며 "역대 저점 수준으로 낮은 금리 때문에 차입했던 모든 차입자가 모습을 숨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며 5월 미국 회사채 발행은 2008년 이후 가장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은 2.7% 줄었고 투기등급회사채, 이른바 정크 본드 발행도 2.3% 감소했다.

이번 주 들어서는 발행이 거의 중단됐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이번 주 첫 4거래일간 발행된 투자적격등급 채권은 41억달러로 올해 평균 232억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뿐 아니라 투기등급 채권, 이른바 '정크본드' 발행도 줄었다. 이번 주 6개의 정크 등급 기업만이 회사채를 발행했고 발행량도 16억달러에 불과했다. 지난달 중순까지 주간 평균 정크본드 발행액 88억달러를 크게 밑돈다.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초우량 기업들 몇 곳만이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채권발행을 계획하고 있을 뿐 미국 채권 시장에서 채권 발행을 계획 중인 기업이 거의 없다.

에드 마리넌 RBS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부진한 수익률을 낼 뿐인 신규발행 채권에 투자하는 대신 현금을 보유하려고 한다"며 "이제 채권 발행에 있어 새로운 추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 채권 시장도 출구 우려에 벌써부터 타격을 받고 있다.

신흥국에서는 국채, 회사채, 증시 등 대부분의 자산이 하락세를 보였다.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살포한 유동성의 힘으로 지난 몇 년간 가장 눈에 띄는 랠리를 펼친 자산군이기에 연준의 출구 공포에 따른 반응도 그만큼 컸다.


이머징 자산 중에선 이머징 통화 채권 투자손실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정보업체 리퍼에 따르면 이머징 통화표시 채권 펀드는 지난달 초 이후 평균 마이너스(-) 7.8%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머징 하드커런시 펀드(-6.1%)나 이머징 주식 펀드(-6.7%) 보다 큰 손실이다.

올해 이머징 통화 채권에 유입된 자금은 204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투자액 167억달러를 이미 웃돌 만큼 막대했기에 시장이 받은 충격이 더 컸고 하락세도 급격해졌다.

신흥국 통화 채권 투자손실이 확대된 데는 신흥국 통화절하에 따른 환차손도 영향을 미쳤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가 5월 초 이후 달러대비 10% 절하됐고 브라질 헤알과 인도 루피도 각각 6%, 7.6% 하락하는 등 신흥국 통화는 급격한 약세를 보였다.

3차 양적완화(QE3)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이후만 해도 고금리와 상대적으로 견고한 펀더멘털에 달러대비 안정된 모습을 보였던 신흥국 통화는 지난 4월 초 일본의 통화부양책 발표와 더불어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를 줄일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전 세계 경제 활동이 취약해지며 급격히 절하됐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는 변동성 부재로 선진국 투자자들은 더 편안하게 신흥국 채권에 투자해왔으나, (앞으로는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로) 변동성이 고조되며 이 같은 투자가 줄어들 것이고 채권 가격은 더 고조된 변동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채 금리와 달러가치 상승은 전 세계에 투자된 양적완화 자금들이 미국으로 회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 회복세가 더욱 구체화하면 미국 채권시장은 추가 조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픽테트 자산운용은 "(출구전략에 따른) 조정이 너무 지나치게 일어나 금융시장에 타격을 미치는 수준이 될 경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어느 때든 자산매입을 다시 늘릴 수 있다"며 "그럼에도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연준의 출구전략에 대한 시장 전망에 영향을 미치면서 금융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미국의 금리 상승이 중장기적으로 세계 채권시장은 물론이고 신흥국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지만, 그 과정은 단선적이지 않고 변동성이 매우 클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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