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출구→신흥국 자금이탈...선진국도 타격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3.06.14 14:41

선진국 투자자들 달러 채권 아닌 신흥국 화폐 채권 투자...자금이탈로 피해 볼 수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출구전략에 신중을 기하겠지만, 출구전략으로 미국의 국채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소폭이나마 꾸준히 상승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6일자)에서 밝혔다.

실제 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 우려만으로도 최근 일부 신흥국에서는 자본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연준과 이머징 마켓 '사랑의 종말''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과거 출구전략 때 신흥국이 일방적으로 충격을 받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선진국 투자자들도 고통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신흥국이 선진국 은행으로부터 '달러화'를 직접 차입한 결과 선진국의 자금회수(자본이탈)시 달러 강세로 더 많은 채무를 짊어지게 됐지만, 근래 신흥국의 자금조달 방식이 주로 채권 발행으로 이루어진 까닭에 자본이탈시 신흥국 채권에 투자한 선진국 투자자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주장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버냉키 의장이 의회에 출석해 양적완화를 수개월 내 축소할 수 있다고 밝힌 후 전 세계 금융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여 왔다.

특히 신흥국 통화절하가 확연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는 5월 초 대비 10% 이상 절하됐다.

펀드매니저들이 랜드를 파는 이유는 아프리카 경제는 성장세가 정체돼 있고 실업률은 25%에 육박하며 광산업이 원자재 가격 하락 및 노동자들과의 분쟁으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남아공은 웬만한 중진국 국가 이상으로 선진적인 금융시장을 갖고 있다. 채권과 주식을 사고팔기 쉬운 남아공 금융시장은 선진국 투자자들이 이머징 마켓에 대한 포지션을 취할 때 일반적으로 이용된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패스트 머니'가 연준 출구 시작 전망에 이머징 자산을 매각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화폐가 랜드인 이유다.

랜드뿐 아니라 지난달 24개 이머징 통화 중 19개 통화가 달러대비 하락했다.

연준의 출구 우려에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6%에서 이번 주 14개월 고점인 2.2%까지 올랐다.

미 국채 금리는 시간이 지나며 더 오를 것으로 보이고 달러가치를 끌어올리며 전 세계 위험자산 자금을 미국으로 되돌아오게 할 것이다. 지난달 이머징마켓 하락세는 이 같은 추세를 예상한데 따른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는 변동성 부재로 선진국 투자자들은 더 편안하게 신흥국 채권에 투자해왔으나, (앞으로는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로) 변동성이 고조되며 이 같은 투자가 줄어들 것이고 채권 가격은 더 고조된 변동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변동성에 더 취약한 국가로 쓰는 돈과 버는 돈의 차이를 외국 자본에 의존하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가 가장 큰 남아공 랜드가 급격히 하락한 점이 이를 드러낸다는 설명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도 역시 이번 주 루피화의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다.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핫머니에 의존하고 있는 터키도 반정부 시위가 더해지면서 리라화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패닉이나 더 심각한 국면으로 이어질까?

헤지펀드 SLJ매크로파트너스의 스티븐 젠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이머징마켓에 유입된 자금이 4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젠은 이 자금 중 상당수가 선진국 저금리에 의해 떠밀려간 돈이라고 본다. 따라서 예민해진 투자자들에 의해 이 자금 중 일부만이라도 이탈한다면 투매가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앞서 달러 강세와 미 국채 금리 상승은 1980년 초 라틴 아메리카와 1990년대 중반 아시아에서 외환 및 부채 위기로 이어졌다.

다만, 헤지펀드 노스자산운용의 게오르기 파파마르카키스에 따르면 지금은 라틴 아메리카나 아시아 위기 때와는 여건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당시에는 선진국 은행들이 신흥국에 자금을 '달러'로 빌려줬기 때문에 자금회수시 달러값이 상승하며 채무자인 신흥국의 차입 부담이 확대됐고, 일부는 돈을 갚지 못해 디플트(채무불이행)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최근의 경우 선진국 투자자들은 신흥국 자국 통화 채권에 주로 투자했다. 만약 선진국으로 자본회귀(신흥국 자본이탈)가 본격화할 경우 신흥국의 채권 가격 하락과 신흥국 통화가치 절하는 불가피호그, 선진국 투자자들은 채권가격 하락 손실과 환차손을 입게된다. 따라서 선진국 진영 일부도 미 출구전략에 따른 조정의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신흥국의 경우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에 축적한 달러를 팔아 이득을 볼 수도 있겠지만, 이머징 시장 역시 출구전략 후유증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사이클이 아무리 조금씩 바뀌더라도 신흥국에 미칠 파장은 크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흥국들은 연준의 통화 완화정책이 이머징 마켓의 통화가치를 끌어올려 수출을 방해한다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지금은 외국자본 이탈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출구전략에 따른 자본유출시) 저렴한 외국 신용을 통한 소비 호황이 멀어지는 만큼 신흥국이 자본이탈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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