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진 한국얼굴연구소 소장(사진)은 13일 오전 서울 창경궁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린 '전통초상화가 작가 양성 사업 추진' 브리핑에서 "지금이라도 서양화법에 물들지 않고 사실적 묘사력과 집중력 있는 화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체부는 한류문화의 근저인 우리 민족의 문화력을 복원하기 위해 영정·동상심의위원회, 한국얼굴연구소와 함께 전통초상화를 책임질 5명의 인재를 선발, 전문 화가로 육성하기로 했다. 3년간 진행될 이번 사업은 1인당 약 3000만원의 교육비를 정부가 부담한다.
조 소장은 "서양은 명암 등 눈에 보이는 대로 초상화를 그렸지만 동양화는 인물에 비친 그림자 등은 생략하고 얼굴 자체로 승부하려했다"며 "명암법을 쓰지 않아도 실체감이 살아났고, 원근법을 쓰지 않아도 공간감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전통초상화는 중국 초상화 보다 격조가 있고, 일본의 것보다 실존감이 있어 초상화의 본질을 지니고 있다"며 "조선 영·정조 시대의 초상화는 정신과 혼까지 담으려 했다는 점에서 '전신화'(傳神畵)라 불린다"고 했다.
그는 또 "사진 보급, 근대 서양화풍 유입 등의 영향으로 쇠퇴했고, 각 가문에서 초상화를 소장하며 사적으로 보존했기 때문에 미술사에 잘 드러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문체부는 1차 서류 전형(접수 기간은 14일-7월20일)과 2차 실기전형 및 면접(다음달 27일)을 거쳐 초상화·인물화 특기자 5명을 뽑는다. 선발된 인원은 올해 8월부터 12월까지 매주 토요일 7시간씩 교육받는다. 6개월마다 수강 인원을 재심사해 꾸준히 교육 과정을 점검할 계획이다.
수업은 영정(影幀)화가가 갖춰야 할 실질적인 내용의 이론과 실기로 구성된다. 한국미술약사, 한국초상화사, 복식사, 용모학, 해부학, 두상(흉상) 조각, 초상화재료학, 조선초상화기법 실기를 포함한다.
수강자는 수업 때 제작한 영정 등의 결과물을 문체부에 제공해야 하며, 3.1절이나 광복절 때 전시할 예정이다. 조 소장은 "이번 사업은 한국인 고유의 문화 유전자를 복원·보존하고 한국 초상화의 높은 문화적 전통을 유지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2)752-1767, (02)537-8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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