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 공포에 신흥국 금융시장 급랭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3.06.12 08:20

통화·채권·주식 등 자산 가격 급락...印 루피 사상 최저, 5월 신흥국 증시 10%↓

미국의 양적완화(자산매입) 규모 축소와 중국의 성장세 둔화 우려로 신흥국 금융시장에 급격한 조정이 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시장으로 밀려든 핫머니(단기투기자금)가 대거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을 대거 내다팔고 있는 탓이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 여파로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 화폐인 랜드와 헤알 값은 달러 대비 4년 만에 최저점으로 추락했고, 인도 루피 가치는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신흥국 가운데 투자자들이 유달리 선호했던 멕시코와 필리핀의 화폐도 매도 공세를 피하지 못했다.

루피/달러 환율 추이(단위: 루피)/그래프=블룸버그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일부 나라의 중앙은행들은 화폐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FT는 전했다.

증시와 채권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주요 신흥국 증시를 반영하는 FTSE신흥시장지수는 이날 1.7% 하락했다. 5월 고점 대비로는 10% 넘게 급락했다. 중국과 함께 신흥국 대표주자로 꼽히는 브라질 상파울로 증시의 보베스파지수는 이날 3% 추락했다. 올해 고점 대비로는 20% 넘게 떨어졌다.

이로써 브라질 증시는 주요 신흥국 증시 가운데 처음으로 약세장에 진입했다.

신흥국 채권 가격도 국내외 시장에서 일제히 급락하며 자금조달 비용 부담을 가중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펀드정보업체 모닝스타가 284개 신흥국 채권 펀드의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지난달에 수익을 낸 펀드는 없었다. 손실률은 최대 10%가 넘었다.

니콜라스 가트사이드 JP모간 자산운용 국제 채권 부문 책임자는 "시장이 매우 격렬하고, 극단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과열 우려까지 낳았던 신흥국 금융시장이 급속히 냉각된 것은 무엇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조만간 양적완화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 탓이다. FRB는 현재 매월 850억달러어치의 미 국채와 모기지채권(MBS)을 사들이며 시중에 돈을 풀고 있다. FRB를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뒤에 이런 식으로 시중에 공급한 추가 유동성은 12조달러가 넘는다.


이렇게 풀린 자금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한가운데서 선전한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대거 흘러들었다.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세가 든든한 배경이 됐다. 하지만 최근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중국 경제마저 흔들리면서 신흥시장으로 쏠리던 자금 흐름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FT는 중국뿐 아니라 신흥국 대부분의 지난 1분기 성장률은 유독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했다.

베누아 앤 소시에테제네랄 선임 투자전략가는 "중앙은행 자금이 신흥시장의 거품을 만들어 냈지만, 투자자들이 최근 FRB의 정책 변화(양적완화 축소)를 자산 가격에 반영하면서 거품이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매도세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흥시장 펀드 매니저들은 투자자들의 대규모 환매 수요도 급격한 조정의 배경이 됐다고 지적한다. 펀드정보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주 국제 채권시장의 환매 규모는 지난 2007년 중반 이후 최대였다. 같은 기간 신흥시장 주식형 펀드에서도 2011년 이후 최대 규모의 환매가 이뤄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비관론은 경계했다. FRB의 양적완화는 규모가 줄더라도 내년에 상당한 수준으로 지속될 것이고, 일본은행(BOJ)은 이제 막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섰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가트사이드는 신흥국 경제 전망도 장기적으로는 아직 밝다고 강조했다. 선진국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구가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신흥시장이 직면한 조정국면이 절호의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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