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극에 달할 때가 오히려 매수시기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 2013.06.10 09:21

[행동재무학]<17>가치투자자는 시장이 공포에 휩싸일때 빛을 발한다

편집자주 |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20%만 싸게 (주식을) 살 수 있으면, 매우 좋은 투자입니다."

세계 최고의 주식투자자 워렌 버핏이 지난 3월 미국 증권방송인 cnbc에 출연해 털어 놓은 주식투자 전략이다. 버핏은 그래햄과 도드가 주장한 '가치투자'(value investing)의 추종자로 유명하다.

가치투자는 쉽게 말하면, '남들이 외면하는 저평가된 우량주식을 산다.'이다. 따라서 버핏의 말은 만약 주가가 펀더멘탈을 반영한 내재가치(true value)보다 20%이상 떨어지면 적절한 매수 타이밍이란 얘기다.

주식시장에선 주가가 전고점 대비 20%이상 하락하면 베어마켓(bear market)에 진입했다고 부른다. 통상적으로 주식이 베어마켓에 접어들면 주가가 장기침체 국면에 떨어진 것으로 보고 전고점을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것으로 여긴다.

주가가 이처럼 20%이상 하락, 베어마켓에 빠지면 롱(long) 투자자들은 안달하기 시작하며 숏(short) 투자자들은 하이에나가 힘빠진 먹잇감을 사냥하듯 무리지어 공격한다. 특히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 롱 투자자들이 제대로 헷지(hedge)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을 땐 투매가 일어나기도 한다. 주식시장이 이런 상황에 빠지면 투자자들은 공포에 휩싸이게 되고, 주가가 조금이라도 반등을 시도할 때면 어김없이 주식매도가 늘어나 주가 회복은 더욱 어렵게 된다.

하지만 버핏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서 공포에 휩싸여 투매에 나설때 이를 극복하고 주식투자에서 큰 돈을 번 대표적인 투자자이다. 그래서 그가 대단한 거다.

실제로 버핏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 중인 2008년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주가가 40% 넘게 폭락하며 회사가 일대 위기에 빠졌을 때 과감히 자신의 개인 돈까지 집어넣으면 골드만삭스의 주식을 샀다.

그 후 2년동안 버핏은 연간 10%의 배당금을 챙겼고 투자수익은 50%가 넘어섰다. 급기야 주가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자 골드만삭스는 부랴부랴 버핏이 사들인 주식을 조기회수하기에 이르렀고, 버핏은 조기회수에 따른 프리미엄까지 챙길 수 있었다. (골드만삭스가 조기회수하지 않으면 영구히 매년 10%의 배당금을 버핏에게 지불해야만 했다.)


또한 2011년 미국 최대의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주가가 금융위기 이후 70%넘게 하락하며 위기에 빠져 있을 때에도 주저없이 투자를 결정, 지금까지 90%가 넘는 투자수익을 내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 9월이후 주가가 40%가량 하락한 뒤 도무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IT기업인 애플의 주식은 버핏의 '매수할 리스트'(To-Buy List)에 들어가 있을까? 일부 애플 투자자들은 현 애플 CEO인 팀 쿡에게 실망, 주가 부양책을 강력히 요구하며 법원에 주주총회 안건 무효소송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애플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글로벌 대형 헷지펀드들이 줄줄이 발표되고 있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공포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노키아를 밀어내고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업체가 되었고,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1위로 올라선 삼성전자는 어떨까? 증권사 목표주가가 200만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일 6%가 넘게 급락하며 한국 투자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날 한국 대표 주식의 주가 하락폭은 역대 2위(하락률은 역대 20위)에 오를 만큼 컸기에 한국 주식시장은 출렁거렸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고점 대비 10% 정도 하락한 수준이어서 아직 베어마켓에 빠지지 않았지만 한국 대표 주식의 주가 급락은 투자자들을 공포에 떨게 할 만큼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주식시장에선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극에 달하면 ‘항복'(capitulation)하는 단계가 나타나게 되고 이후 주가는 반등한다고 본다. 숏 스퀴즈(short squeeze)가 나타나는 것도 이때다.

버핏같은 가치투자자는 공포가 극에 달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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