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탈출, 한국 버리고 해외가는 이유?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13.06.10 06:07

[창간기획;세계는 일자리 전쟁, 우리는…]
<1부, 1-2> 기업 떠미는 한국, 제조업 위기 부른다

편집자주 | 한 나라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다. 국민의 행복을 실현하는 핵심은 먹고 사는 것과 자아 실현이다.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제조업의 탈출구를 찾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방안은 없을까. 머니투데이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 그리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제조업을 통해 한국 제조업의 재생과 일자리 창출의 길을 찾아본다.

'일자리가 복지다'. '고용률 70% 달성'.

지난 2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최우선 국정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국내 제조업 기반의 기업들은 해외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다. 한국을 떠나는 기업가들은 하나같이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해외에 공장을 짓고 현지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생존'과 관련된 것이다.

국부(國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현지 고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추구하는 제조업의 현지생산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 중 하나라는 얘기다.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제조업의 해외이전을 최대한 늦추고, 제조업 고도화를 통한 고용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그들은 왜 한국을 떠나는가?=제조업의 해외 생산 확대는 불가피하다. 글로벌 경제전쟁 상황에서 기술과 생산성의 싸움에서 실패할 경우 경쟁에서 도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건비와 생산성 싸움에서 지는 시장에, 생산시설을 둘 수없는 것이 기업의 냉혹한 현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대상은 국내기업이 아니라 애플과 도시바, 샤프, 소니, ZTE, 화웨이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다. 현대차의 경쟁자도 쌍용차가 아니라 도요타, GM, 포드, BMW, 벤츠 등 글로벌 최고기업이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중국, 베트남, 미국, 유럽에 생산시설을 짓는 이유다.

애플은 중국의 팍스콘을 통해 저가의 노동력으로 영업이익률 30% 이상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에게 베트남보다 평균 임금이 18배 가량 높은 국내에서 생산하라고 종용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하라는 얘기 밖에 되지 않는다.

일례로 구미 생산직 직원들의 월평균 임금이 4600달러 정도인데 비해 중국은 430달러, 베트남은 260달러 정도다.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은 우리의 1970년대 전후 수준이다. 임금과 생산성 측면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월평균 임금이 높은 것은 우리나라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임금이 상승한 영향이며, 이는 산업의 고도화 과정에서 불가피한 것이다. 결국 저임금의 노동력이 필요한 단순조립이나 저부가가치 산업은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차량 1대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인 HPV(Hour Per Vehicle)는 30.7시간. 미국 앨라배마 공장(14.6시간)의 2배가 넘는다. 생산성이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베이징현대 공장(19.5시간)보다도 훨씬 떨어진다. 국내 공장의 경우 노사갈등으로 조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허다한 상황에서 국내에서만 생산을 요구하는 것은 글로벌 톱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탈락하라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또 고부가가치 장치산업의 경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동화비율을 높여야 국내에 생산시설을 유지할 수 있다. 자동화 비율을 높이다보면 투자비에 비해 고용유발 계수는 낮을 수밖에 없다.


출처: 각국 종합,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제조업으로는 고용 한계..일자리 패러다임 시프트=국내 제조업은 수출주도형 사업구조를 갖고 있어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는 생산성 혁신이 필수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SK하이닉스,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대표적인 제조기업들의 해외수출 비중은 60~80% 수준으로 내수 비중보다 훨씬 높다.

단순 인건비 경쟁부문은 해외로 이전하고, 국내는 고부가 산업으로의 변신을 해야 한다. 결국 고용 기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국내 소비를 진작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의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비스업이 고용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이유도 이런데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조사한 산업별 취업계수를 보면 서비스업은 2008년 기준 30.8명으로 제조업(16.0명)보다 배 가까이 많다. 취업계수는 10억원 생산에 필요한 취업자 수를 계산해 산업의 고용기여도를 보여주는 지표. 투자 규모가 큰 제조업에만 고용을 기댈 것이 아니라 서비스산업을 통해 ‘고용 없는 성장’ 시대를 극복해야 한다는 얘기다.

제조업은 국내에서는 핵심 R&D와 고부가 가치 제품 중심의 생산에 주력하는 한편, 해외에서 부를 창출해 이를 국내로 끌어들이고, 서비스업이 국내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투 트랙의 고용정책'을 펴야 '고용률 70%'의 국정 과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그래도 중심은 제조업..규제완화로 일자리 창출=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급증하고 성장 잠재력이 하락하면서 각국 정부는 성장 잠재력 회복 및 일자리 창출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 이유는 제조업의 기반이 없이 소비만으로 성장을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10%에서 최근 8% 초반까지 하락했으나 금융위기 전 5%대 중반과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잠재성장률도 위기 전 3%대 중반에서 최근에는 2%대로 하락했다.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은 '다시 제조업'의 기치를 걸고 국내 제조업 기반 강화에 힘쓰고 있다.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제조업 기반이 튼튼한 중국 등 신흥국과 독일 등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반면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PIIGS 등 재정 위기국들은 경제위기 극복에 난항을 겪었다. 우리의 경우도 삼성전자, 현대차 등 '전차(電車) 군단'이 버텨준 덕분에 전세계 국가 중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최근 제조업 분야에서도 디지털화,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감소하고, 소셜 네트워크에 기초한 새로운 시장 기회가 창출되면서 제조 시설이 선진국으로 회귀하는 ‘3차 산업혁명(Third industrial revolution)’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와 해외 아웃소싱 기업에 대한 혜택을 축소 또는 철폐하는 반면, 자국 내 고용 창출 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고, 프랑스도 개인의 세금 부담은 늘리고 기업의 세 부담은 줄이는 형태의 세제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고, 경제민주화의 이름 아래 기업규제를 강화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가장 바라는 투자활성화 대책은 투자인센티브 강화와 ‘투자 저해 규제의 해소’였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우리 경제가 투자부진과 새로운 성장동력 부재, 사회 양극화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동력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개그맨들에게 폭력·따돌림 당해"…'뜬금 은퇴→해외행' 천수정 폭로
  2. 2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3. 3 "비 와서 라운드 취소"…4시간 걸려도 직접 와서 취소하라는 골프장
  4. 4 유명 사업가, 독주 먹여 성범죄→임신까지 했는데…드러난 '충격' 실체
  5. 5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꼭꼭 숨긴 자산 추적…추징금 122억 전액 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