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는 한 달에 한번 꼴로 30년 근속 기념행사가 열리고, 종종 48년 전인 1965년에 입사한 창업멤버 퇴임식도 열린다. 퇴임의 이유도 '정년이 되어서'가 아니라, '이제 좀 쉬기 위해서'라고 한다.
바로 '돌비(Dolby)'이다. 회사의 로고가 마치 사운드기술을 뜻하는 일반명사가 돼버린 곳. 브랜드 파워가 인텔·마이크로소프트와 맞먹는 회사.
이 건물 3층의 세계최고 음향시설을 갖췄다는 극장. 샌프란시스코필하모닉이 녹음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오태호 모바일부문 상무는 작년 말 돌비가 선보인 음향기술 '돌비 애트모스'를 시연해 보였는데, 소리가 전후 좌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머리 위로 둥둥 떠다니는 느낌. 헬리콥터가 머리 바로 위를 휙 지나가는 듯했다. '브레이브' '호빗' '아이언맨3' 등 할리우드 40개 영화가 이 기술을 이용해 제작됐다.
"처음부터 할리우드의 제작자나 가수들과 협업을 하죠. 의도하는 소리를 변질 없이 그대로 구현해 보자는 것이지요. 엔지니어들이 파견돼 함께 일합니다. 돌비 애트모스도 영화감독들과 더 좋은 소리를 찾다 보니 개발된 것이고요."
그래서 돌비는 지금껏 아카데미상(음향부문)만 10차례, 에미상은 14차례나 받았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리던 코닥극장도 올해부터는 돌비극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돌비기술은 콘텐트 배급단계에서도 적용된다. 제작단계에서의 소리가 그대로 보존되려면 방송사나 유니버셜 같은 영화배급사, 무선망 사업자 등 배급회사들도 돌비기술을 채택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제작·배급 단계에서 돌비는 굳이 돈을 벌지 않는다.
오히려 돌비의 수익원은 콘텐트 소비단계이다. 극장이나 게임기, TV, PC, 모바일 등 단말기 제조사가 단말기를 팔 때마다 돌비에게 지급하는 라이선스이다. 돌비기술을 이용해 제작되고 배급되는 콘텐트를 온전히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단말기 회사들은 돌비 기술을 채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돌비의 생태계는 아예 경쟁사가 나올 수도 없도록 만드는 구조이다. 오 상무는 "물론 각 단계, 각 분야마다 소규모 경쟁자들이 있긴 하다"면서 "하지만, 제작 배급 소비를 다 포괄할 수 있는 경쟁사는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돌비는 돌비기술을 사용하느냐 아니면 다른 회사 기술을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돌비기술을 사용하느냐 아니면 사용하지 않느냐의 선택으로 만들어버린다.
오 상무는 "우리가 독점인 것이 아니라, 원천기술을 기기에 맞게 계속 발전시키다보니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드웨어가 없는 것이 한계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는 "우리가 하드웨어 업체를 경쟁자로 만들기보다는 이들 모두 우리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돌비는 실리콘밸리 기업치고는 독특한 회사이다. 모두가 플랫폼을 지향할 때 돌비는 정반대의 개념, 즉 그것이 어떤 디바이스, 어떤 서비스이든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원천기술을 지향한다. 그리고 또 하나, 사운드에 '미친' 사람들이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재생하기 위해 백발이 되도록 평생을 바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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