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 의혹' 부자들이 홍콩으로 간 까닭은?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 2013.06.05 14:21

홍콩·싱가포르 조세피난처 경유지로 부상…"금융 비밀주의, 역외소득 비과세가 이유"

홍콩. 머니투데이DB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발표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명단에 포함된 주요 인사들은 가공회사 설립 전 홍콩과 싱가포르를 '경유지'로 택한 경우가 많아 눈길을 끈다.

ICIJ와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지난 4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 시공사 대표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블루 아도니스(Blue Adonis Corporation)'라는 페이퍼컴퍼니 설립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 대표는 BVI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기 전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활용했다. 현지의 법률사무소를 통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고,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페이퍼컴퍼니 명의 은행계좌 개설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역시 한국인 페이퍼컴퍼니 설립 명단에 포함된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의 거점 주소는 홍콩으로 밝혀졌다. ICIJ가 확보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중 한국인은 245명, 이 중 86명이 자신의 주소지를 한국이 아닌 홍콩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페이퍼컴퍼니라는 비밀스러운 형태의 법인을 필요로 하는 인사들이 조세피난처를 찾기 전 홍콩과 싱가포르 등의 국제 금융 허브를 활용해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세 전문가들은 홍콩과 싱가포르가 가지고 있는 제도적·인적 인프라가 두 곳을 조세피난처의 경유지로 국제적 위상을 쌓게 했다는 의견이다.

박훈 시립대 교수는 "두 나라는 해외에서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이 자유로워 전통적으로 국제 금융센터 역할을 해 왔던 곳"이라며 "전 세계 여러 나라의 돈이 모이고 나가는 데 제재가 없어 존재가 드러나지 않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조력자인 금융 전문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들어 도드라지고 있는 싱가포르의 역외금융센터로서의 위상 강화가 은밀한 자금 거래를 원하는 세계 각지의 부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위스의 비밀주의가 미국 등의 압박으로 깨지기 시작하면서 아직 비밀주의가 살아있는 싱가포르의 비거주자 유치 금융서비스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두 곳이 전통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저세율 혹은 무세율 정책도 조세피난처 경유지로서의 역할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홍콩과 싱가포르는 OECD로부터 'Tax Shelter(국내 원천소득만 과세하는 곳)'와 'Low tax haven(저세율국, 배당에 대한 원천과세가 없는 곳)'으로 각각 분류되고 있다.

BVI와 케이만군도, 쿡 아이랜드 등 'Tax Paradise'과 같은 위험 군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역외탈세 근절을 천명한 세계 각국 나라들에겐 요주의 대상이다.

더욱이 홍콩과 싱가포르는 자국 거주자라고 해도 국내소득에만 세금을 부과할 뿐 역외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4000억 원 역외탈세 혐의로 구속된 권혁 시도상선 회장이 자신이 홍콩 거주자라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금융 비밀주의와 역외 소득에 대한 비과세 방침 등 자금 흐름에 대한 노출 부담이 없다는 점이 조세피난처와 아닌 국가의 경계선에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로 세계 각국의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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