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홍보수석 "목욕탕에서 만납시다" 파격 제안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 2013.06.04 11:46
이정현 홍보수석이 임명 다음날인 4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을 예고 없이 찾아 파격 제안을 했다. "매일 아침 춘추관 지하 목욕탕에서 만나자"고 한 것이다. 목욕탕에서 만나자고 한 것도 파격이지만, 전임 이남기 수석을 감안하면 매일 춘추관을 찾겠다는 것 자체도 이례적이다.

전임 이 수석은 임명 후 퇴임까지 약 3개월 간 춘추관에 들른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임명장을 받은 뒤,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지연 당시 민주당의 청와대 회담 제의 거부에 대한 유감 표명과 이와 관련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예고 브리핑, 그리고 윤창중 사태와 관련된 해명과 사과 때뿐이었다.

'불통과 무기력'으로 비판받았던 홍보라인에 '소통과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 수석은 전날 임명된 뒤 곧바로 춘추관을 찾아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정철학과 국민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가급적이면 정확하게 그 진정성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자들이 묻기 전에 먼저 찾아와 심부름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도 "약속을 지키러 왔다"며 춘추관을 찾았다. 이 수석은 "오전에 씻기도 해야 하고 청와대로 오면서 여러 가지 조율할 것도 많아 기자들의 전화를 다 받을 수가 없다"며 "그래서 새벽 시간 춘추관 지하 목욕탕에서 출근한 기자들과 간단히 얘기하면서 언론이 청와대에 대해 궁금한 게 뭔지 들어볼 생각"이라며 '목욕탕 토크'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이 수석은 "아침에 우선 들러서 (회의 전) 기자들이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거꾸로 내가 파악을 해가야 한다"며 "시간은 7시에서 7시30분 사이"라고 말했지만, "장소가 협소하다" "여기자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 등의 말이 나오자 "목욕은 청와대 경내에서 하겠다"고 해 파격 제안은 무산됐다.

하지만 오전 7시쯤 아침 회의에 들어가기 전 꼭 춘추관을 찾아 기자단과 소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가 됐든 대변인이 됐든 오전에는 어떤 형태로든 한번 씩 기자실에 오겠다"며 "오후 청와대 회의가 끝나고 또 한 번 기자실에 들려 언론의 관심사에 대해 백 브리핑 형식으로 알려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수석은 "(기자들이) 전화를 주는 것은 좋은데, 내가 (업무 때문에) 못 받았다고 해서 또 '불통'이라고 하지 말라"며 "아침 전화는 진짜 못 받을 상황이 많다. 그래서 아침에는 궁금한 걸 파악하는 시간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수석은 지난해 대선 3개월여를 남기고 공보단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자 공보단장으로 긴급 투입됐다. 공보단장으로 이른바 '사랑방'을 이끌며 매일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과 질의응답에 나서며 박근혜 후보와 기자들 간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한 바 있다.

이 수석은 또 "미국 백악관은 대통령과 인터뷰가 직접적으로 안되기 때문에 (기자들이 궁금한 것을) 쪽지로 붙여놓더라"며 "우리가 그대로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궁금증이 있는데 전화연결이 안되는 경우가 있으면 안되니 어떤 경로로든 전달해 달라"며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 춘추관은 춘추관장실에 각 기자가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질문지를 붙여놓으면 그걸 수거해 해당 기자들에게 답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 수석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박 당선인 정무팀장을 맡으며 기자들에게 "이제 외과수술로 입을 꿰맸다"고 선언했다. 자리가 더 이상 '박근혜의 입'이 아닌 만큼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스러워했고, 이런 기조는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된 뒤에도 계속됐다.

하지만 이 수석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봉인한 입을 풀려면 수술을 다시 해야 하는 등 시간이 다소 걸릴 수도 있지만, 시간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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