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3000만원 손실…슈퍼리치 울리는 '채권의 역습'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최경민 기자 | 2013.06.04 05:25

글로벌 양적완화 축소 조짐에 채권가격 급락…일부선 지나친 우려는 금물 조언도

서울 강남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김모씨(55)는 지난 4월말 국채 10년물을 10억원 어치 샀다가 한달 만에 장부가로 3000만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10년물 금리가 40bp(0.40%포인트) 가량 올라 채권 가격이 크게 떨어져서다.

이자소득 분리과세를 염두에 두고 3년 이상 장기 보유하겠다는 생각으로 투자했지만 장부상 손실을 보고 나니 후회막심이다.

갑작스러운 채권 금리 급등으로 재테크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지난해 국채 30년물 투자열풍 이후 장기채에 손을 댔던 슈퍼리치들의 근심이 크다. 장기채를 손절매하고 다른 투자자산을 늘려야 할지를 묻는 이들이 늘면서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센터에도 비상이 걸렸다.

◇채권 약세장 굳어지나=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달 국채 10년물 금리는 39bp 올랐다. 국채 30년물도 최근 3거래일 15bp가 뛰었다. 미국채 금리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10년물이 한달새 50bp가량 급등했다. '아베노믹스'로 승승장구하던 일본에서도 이 기간 국채 10년물 금리가 30bp 이상 올랐다.

금리 상승으로 채권가격이 떨어지면서 채권형펀드 수익률도 줄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다. 펀드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국내채권형펀드의 최근 한달 평균 수익률은 -0.32%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사인 핌코의 설립자이자 CIO(최고투자책임자) 빌 그로스가 운용하는 '토털리턴펀드'는 지난달 수익률이 -1.9%로 4년8개월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약세가 추세적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채권 시대가 끝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른바 '그레이트 로테이션(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오가는 자금의 대이동)' 논의다.

채권랠리 종료 조짐은 글로벌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인기가 시들해진 데서도 엿보인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고위험 고수익 상품인 정크본드에 몰렸던 돈이 '채권→주식'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펀드분석기관 리퍼는 최근 한주 간 고수익 채권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에서 지난 2월초 이후 최대 규모인 8억8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양적완화 축소 논의가 방아쇠= 최근 채권시장 약세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논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적완화 축소 논의를 시작으로 글로벌 경제회복 신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금리가 더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며 "채권시장 황금시대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는 세금도 복병이다. 대통령경제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채권 추가과세를 권고한 데 이어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본자유화 규약 개정을 근거로 규제 의지를 시사했다.


권영선 노무라인터내셔널홍콩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채권 과세율 상한이 2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여파로 국채선물시장에서 최근 3거래일 6조원 넘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세율이 오르면 절세형 채권투자 목적이 큰 개인투자자들도 채권시장에서 등 돌릴 가능성이 높다.

◇ 저금리 당분간 유효…투자대안 측면서 봐야 = 하지만 시장 한편에서는 우려가 지나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임광택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양적완화의 축소는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이지 긴축을 뜻하는 게 아니다"라며 "극단적인 저금리에서 벗어난 뒤에도 저금리 기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채시장에서도 이런 분석이 상당수다. 연준(FRB)이 자국은 물론, 국제 금융시장에 미칠 역풍을 감안해 금리 상승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얘기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대전환보다 '점진적 전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달만 놓고 볼 때 채권가격 급락에 따른 국내 기관의 저가매수가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2분기 들어 몸을 움츠린 보험권에서 장기물 매수에 나설 경우 1분기 매수 규모에 비춰 이달 4조원 정도는 매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채선물시장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도 크게 신경 쓸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다. 최석원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매매 위주의 헤지펀드가 다수인 선물시장과 달리 현물시장에선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외에 투자통화 다변화 등 다양한 측면을 보기 때문에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가 꺾인 게 아니라면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더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감독국 팀장도 "현상황에서 선물시장 이탈 움직임이 현물시장으로 이어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권이 최근 몇 년 동안의 고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뾰족한 대안이 있는지 따져야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오르내리는 등 최근 증시가 분발하고 있지만 추세전환을 확신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다른 투자상품과 비교해볼 때 채권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상대적인 안정성과 수익 면에서 채권의 종언을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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