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 풀려도 '냉랭', 기획부동산만…

머니투데이 파주(경기)=송학주 기자 | 2013.05.27 17:04

[르포]전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파주 가보니…"별 영향 없을 것"

27일 비가 내려 먹구름과 물안개가 도시 전체를 감싼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사진=송학주 기자
 "(운정3지구 토지보상금)3조원이 풀려도 안됐는데 겨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어준다고 안됐던 거래가 되겠어요. 운정신도시가 완전히 들어서고 교통이 좋아지면 모를까 그때까지 땅 거래는 거의 없을 거에요."(경기 파주시 교하동 인근 W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27일 파주 운정신도시. 지난 23일 정부가 분당 신도시 면적의 30배가 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지만 시장의 환호성은 들리지 않았다. 파주는 교하동, 야당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던 모든 구역이 이번에 풀렸다. 총 2만8458필지 3239만㎡로 수도권에서 남양주시(3586만㎡) 다음으로 가장 큰 면적이다.

 야당동 인근 S공인 관계자는 "파주는 군사보호시설이나 문화재보호로 인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이 많았기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택지개발지구인 운정신도시 토지도 거래가 끊긴 지 오래인데 인근 지역을 거래허가 대상에서 푼다고 효과가 있겠냐"고 되물었다.

경기 파주시 교하동 인근 계획관리지역으로 묶여 거래가 제한됐던 토지./사진=송학주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토지거래 '활성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땅값이 급격히 상승하는 지역, 지가 상승 우려가 큰 지역에 대해 지정한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 토지를 실수요자 외엔 살 수 없다. 토지를 사는데 들인 자금 출처를 지자체에 밝혀야 하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토지거래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정작 토지거래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녹록치 않은 모습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이 그린벨트, 보존녹지구역, 국·공유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거래 자체가 어렵거나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이종실 명지토지개발 아카데미 대표는 "지역에 따라 개발 가능성 여부는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이미 개발 사업이 완료된 곳이 많이 포함된 것 같다"며 "그동안 토지거래가 뜸했던 이유는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부동산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란 심리적 저항감이 컸던 탓으로 이번 조치로 큰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수도권의 해제 지구를 보면 거래와 무관한 곳이 많았다. 예컨대 서울 영등포구(여의도동·당산동 등 1181필지)에선 872만㎡가 토지거래허가 구역에서 해제됐는데 대부분 한강둔치와 안양천 주변의 국·공유지였다.

 마천·거여·방이동 등 총 1193필지 135만㎡가 풀린 송파 마천뉴타운 인근 지역도 장기불황에 뉴타운 계획이 무산되면서 지금은 개발 기대감이 크게 꺾인 상황이다. 파주·남양주·김포 등 경기도 택지개발지구도 미분양이 넘쳐나는 등 개발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지역들이 많다는 의견이다.


경기 파주시 교하동 인근 토지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공사현장./사진=송학주 기자
 ◇전문가들, "주택시장과 달라 단기효과 없을 듯"
 전문가들도 단기적으론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월에도 당시 정부가 거래허가구역의 절반가량 규제를 풀었지만 땅값이 오르지 않았던 전철이 있어서다.

 이종실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되면 토지거래를 할 때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거래를 못할 정도의 규제는 아니었다"며 "부동산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광범위하게 허가구역이 해제돼도 당장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도 "시장이 활발해지려면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데 토지는 소수의 사람으로 움직이는 시장"이라며 "특별한 지역 호재가 있지 않고는 허가구역 해제만으로는 큰 이슈는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은 시장 참여자가 상대적으로 많아 '4·1부동산대책' 등의 정책 영향을 많이 받지만 토지는 거래량이 적어 정책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부동산 중개업계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교하동 인근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토지 투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풀렸다는 점을 강조해 기획부동산이 활개를 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무턱대고 거래했다간 '쪽박차기' 십상이라며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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