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사후 잊혀진 단어 '혁신'

머니투데이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 2013.05.28 08:09

[최재홍의 모바일인사이드]<1>한국IT기업들 페스트팔로워 넘어 혁신주체로 도약해야

편집자주 | 모바일로 태어나서 살다가, 일하고, 성장하며, 늙고, 사라져가는 세상입니다. 달리는 자전거가 멈추면 넘어지는 그 원리와 같이~. 모바일IT 전문가 최재홍 교수가 멈춤없는 모바일의 변화상과 그 의미를 속속들이 파헤칩니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 사진=머니투데이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플을 지목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결과를 무작정 인정하기 어렵다. 애플이 최고의 혁신기업이라고 인정하기 싫은 것일까. 그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에 대해 지금은 왜 의문을 품게될까.

아울러 애플을 대신하는 혁신기업이 어디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뚜렷한 답을 찾을 수 없다. 애국적 차원에서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을 파는 삼성전자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최근 미국 조사에서 나온 혁신을 대변하는 '퓨얼밴드'와 신기한 운동화 '플라이니 트레이서'를 만든 신발회사 나이키인가. 아마존도 거론되고 있고, 웨어러블 바람을 일으키면서 구글 글래스를 선보인 구글도 이야기되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 가운데 하나를 꼭 집어 애플을 대체할 혁신기업이라고 의견을 모으기는 어렵다. 차세대 혁신기업에 대한 생각이 이곳저곳으로 분산이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예전에 애플과 같은 대표 혁신기업이 없다는 반증이다.

한국은 어떤가. 우리나라 최고의 혁신기업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 수년전 '카카오톡'이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로 등장했다. 당시 카카오의 혁신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다만 현재의 국내 모바일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 기업은 어떤 기업인가. 아직도 카카오가 혁신기업의 표상이 돼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기업이나 사람, 특정 기술 가운데 새로운 혁신이 시작되고 있는지 명확치 않다. 국내 대표적 혁신기업으로 확실하게 떠오르는 곳이 없다.

최근 IT기업들은 혁신이 아니라 제품의 판매량·매출규모·서비스확장·고객확보 등 수치 늘리기에 여념이 없다. 수치만 놓고 보면 모두들 잘 나간다. 더할 나위 없이 태평성대요. 하는 일마다 일취월장이다. 참으로 풍요롭다.

2007년 아이폰이 첫선을 보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신제품이 나오면 매장 앞에서 밤을 새우며 기다렸다. 양손에 아이폰 박스를 들고 나오며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의 행복해하는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최근에도 주요 기업의 모바일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매장 앞에 줄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히 그 감동은 예전과 다르다. 최근 제품들은 더 넓고 크게, 더 밝고 오래, 더 가볍고 얇게, 아울러 더 멋지면서도 더 싸게 공급된다. 그러나 이렇게 뛰어난 제품과 풍요 속에서도 더 이상 고객은 열광하지 않는다.


아이폰이 나온지 6년만에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가전제품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새 제품이 나올 때 마다 `혁신'에 환호했던 분위기와는 다르다. 누가 어떤 제품을 더 넓고 밝게 만드는가 하는게 관심사가 됐고 추가되는 기능 몇 가지 정도에 관심이 몰린다. 누가 더욱 깔끔한 디자인과 얇은 제품으로 추격해오는 지가 궁금해졌다. 제품 가격에 대한 '갑론을박'도 계속된다.

이와중에 스티브잡스가 떠오르는 건 왜 일까. 그는 오늘날 ICT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 덕분에 어디든, 누구든, 무엇이든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긴장 속에서 지냈다. 요즘은 그에 비해서는 참으로 한가(?)하다. 솔직히 지루하고 따분하다.

스티브 잡스가 미운적도 있지만 한국 IT 기업의 경쟁자로서 그는 대단히 훌륭했다. 그는 적어도 가격이나 단순한 스펙에 고민하지 않았다. 새로운 가치를 고민했다. 오늘 남은 사람들도 이 같은 고민을 해야하지 않을까. 그가 인류 역사에 공헌한 것은 아이폰을 만든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이들을 혁신의 긴장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혁신을 뒤쫓으며 추월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는 쫓아갈 대상이 없는 시기가 왔다. 한국기업이 스티브 잡스 이상의 혁신을 선보여야 할 시기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으로 매킨토시를 개발할 당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여기에 있다. 그게 아니라면 왜 여기에 있겠는가'

우리 IT기업도 더이상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아니라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한다. 그게 창조경제 시대의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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