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쪽짜리 '일본산업분석' 보고서 낸 애널리스트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 2013.05.23 14:19

이광수 HMC투자증권 연구원

↑이광수 HMC투자증권 연구원
"일본을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23일 100쪽에 이르는 '日本, 사용설명서-일본산업분석' 보고서를 낸 이광수 HMC투자증권 연구원(40)은 "일본 경제가 20년 만에 회복세를 보이며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우리는 정작 일본기업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고 말문을 뗐다.

'HMC통신사'라는 코너로 나온 이번 '일본산업분석' 보고서는 일본경제의 현재 상황에서 부터 일본 경제사, 32개에 이르는 방대한 일본 산업을 분석해 화제가 됐다. 특히 일본에 현재 어떤 기업이 있으며, 이들 산업의 현 상황 및 구조가 어떠한지를 상세히 파헤쳤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도요타를 비롯해 혼다, 도요타가 출자한 이스즈자동차, 후지중공업에서 도요타의 자회사인 다이하쓰공업, 히노자동차를 다뤘다. 또 닛산, 스즈키, 마쓰다. 미쓰비시 등 모든 자동차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 시가총액을 소개했다. 각 자동차 회사 계열의 부품사 및 타이어제조업체까지 망라했으며 연도별 생산실적, 매출 및 이익추이까지 커버했다.

보고서 작성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일본 경제신문과 은행 및 증권사 보고서를 꼼꼼히 탐독해 자료를 수집했다. 이 연구원은 원래 일본어를 어느 정도 구사했지만 좀 더 심도 있는 연구를 위해 학원가를 찾기도 했다. 하지만 종로의 한 어학원을 방문한 그는 깜짝 놀랐다.

↑일본산업분석보고서 표지(제공=HMC투자증권)
"일본어 강좌가 아예 없다고 하더군요. 20년 전 우리는 일본을 배우기 위해 안달이었는데, 이제 중국이 일본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93학번인 이 연구원이 대학을 다닐 때만해도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모두가 일본을 배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삼성그룹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게는 '노무라 보고서'가 주어졌다. 20년 전 그처럼 각광받았던 일본이 이제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일본 산업분석을 해보니 우리는 일본과 '과자봉지'마저 똑같을 정도로 많이 닮았다"며 "이 보고서의 목적은 단순히 일본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일본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반추하고 일본과 한국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불황으로 지난 20년간 새로운 건물을 거의 짓지 못했다"며 "최근 갑작스러운 경기 회복으로 도쿄에 사무실 수요가 급증했고, 오피스 빌딩 임대료 폭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부동산 관련 업종의 주가는 급등했다. 이미 일부 자문사를 중심으로 일본 주식 직접 투자도 이뤄지는 마당에 이제는 일본에 대해 잘 알고, 투자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 일본과 같은 저성장 시대가 도래하는 경우 어떤 업종이 살아남을지에 대한 인사이트도 일본에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20년 불황을 겪는 동안 소니는 시가총액 40위권 밖으로 밀렸지만 도요타를 비롯한 자동차 업종은 줄곧 상위권을 지켰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런 사실이 한국의 펀드매니저들에 주는 함의가 중요하다"며 "일본을 반추해 우리 기업들 가운데 10년, 20년 후에도 살아남을 업종을 찾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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