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은 기자에게 황희 의료정보센터장은 차세대 HIS(병원정보시스템)인 '베스트보드'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장에서 의료진이 RFID(전자태그)가 부착된 이름표를 모니터 아래에 대자 담당 환자 명단 등이 화면에 나왔다. 특정 환자의 이름을 터치하니 환자 진료 기록은 물론, MRI(자기공명영상), 투약정보, 바이탈 사인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환자 상담을 할 때도 요긴하게 사용된다.
이번 시스템은 EMR(전자의무기록), CP(표준화진료지침), CDSS(임상의사결정시스템) 등 병원에 존재하는 모든 디지털 시스템을 한 곳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병원은 250억원의 자체예산을 들여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 SK와 함께 2010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개발해 투입된 인원만 총 3120여명이다. 지난 4월 공식적으로 새 시스템을 오픈하고 현재는 안정화 단계에 있다.
업그레이드 된 새 시스템은 특히 미국, 스웨덴, 러시아 등 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엔 '창조경제' 정책현장으로 꼽혀 재외공관장들이 방문하기도 했다.
환자 그래프 항목을 터치하면 특정 일자에 환자가 병원에서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 당시 주치의의 소견이 어떠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환자의 혈액검사 수치가 정상에서 벗어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체크해 의사에게 알려준다.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꾸려 의사는 환자 상태를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체크할 수 있다.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면서 의료 질 역시 높일 수 있다.
환자 체감도도 신경 썼다. 어플리케이션만 다운받으면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블루투스로 인식해 접수단계, 예약 상황 등을 안내해준다. 침상에 설치된 터치패드를 이용하면 시트교체, 청소요청, 각종 증명서 신청을 할 수 있다.
개인정보가 담긴 만큼 보안프로그램 역시 국정원 가이드라인에 맞춰 국내 최고 수준으로 꾸렸다.
정진엽 병원장은 "우리만 쓰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수출해 외화도 벌어야 겠다는 취지로 전 세계에서 쓸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며 "2010년 교수 26명을 미리 영입해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투입했다"고 말했다.
차세대 HIS 도입과 함께 지난 3월 신관 역시 오픈했다. 1230억원을 들여 477병상 규모의 건물을 짓고 암병원, 뇌신경병원 등을 배치했다. 뇌신경센터가 아닌 병원을 따로 둔 것은 국내 처음이다.
새 병원을 지으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병원 같지 않은 병원'이다. 백롱민 부원장은 "병원과 비슷한 것은 교도소부터 리츠칼튼 호텔까지 다양한 스펙트럼 있다"며 "호텔 같은 병원을 짓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실제 병원 곳곳에서 환자를 배려한 씀씀이가 그대로 묻어났다. 검진센터 한켠에 입점한 스타벅스는 공복인 검진고객을 배려해 국내에선 유일하게 '죽' 메뉴를 판매할 정도다.
백 부원장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면에서 자타공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넘버원으로 만들자는 목표에 따라 이 같은 계획을 추진했다"며 "신관 건립과 차세대 HIS 가동으로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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