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최대 피해국은 韓, 자동차 희비"-WSJ(상보)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최종일 기자 | 2013.05.13 17:54

엔/달러 4년7개월만에 102엔 돌파… 토요타 "20년 잃은 시총 절반만회"

엔화 약세(엔저)가 가속화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13일 4년7개월 만에 처음 102엔 선을 넘어선 가운데 엔저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한국이 가장 클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업계에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마침 일본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 사장은 이날 업계 대표 자격으로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본 기업들이 '잃어버린 20년' 동안 잃었던 시가총액의 절반을 만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한때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최고(엔화값 최저)인 102.15엔까지 치솟았다. 지난 주말 영국 런던에서 끝난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대규모 양적완화(채권매입) 정책을 비롯한 일본의 엔저 정책을 사실상 용인한 게 주효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G7 회의 전인 지난 9일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돌파했지만, G7에서는 아무런 불평이 없었다고 밝혔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해 11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선 국면에서 엔저 공세 시동을 건 이후 30% 가까이 급락했다.

엔화 약세에 힘입어 이날 도쿄 증시 간판인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1.20% 오른 1만4782.21로 5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WSJ는 엔화 약세가 주변국의 우려를 사고 있다며, 엔화 급락세로 잃을 게 가장 많은 나라로 우리나라를 지목했다. 한국은 자동차와 소비가전 등 일본과 수출 품목이 겹치는 만큼 일본이 엔저로 수출 가격경쟁력을 키우면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도이체방크는 가전보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엔저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한국의 가전산업은 이미 소니 등 일본 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이 앞서지만, 자동차산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증시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일본 자동차업체 토요타가 최근 1년 새 98.4% 급등하는 동안 현대자동차는 23.5% 추락했다.

신문은 독일도 일본과 수출 품목이 겹치기는 하지만, 고급차를 제외하고는 주력시장이 달라 엔저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 자동차업계도 엔저의 위력에 새삼 놀란 눈치다.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공업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도요다 사장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잃어버린 20년' 동안 일본 기업들은 시가총액 360조엔을 잃었다"며 "'아베노믹스'로 이중 약 절반이 만회됐다"고 아베 정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돌파한 데 대해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적으로 한 (일본 정부의) 완화 정책과 미국의 낙관적인 경제 전망이 맞물린 결과"라며 "시장 원리에 따른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앞서 토요타는 지난 8일 2012회계연도(2012년4월~2013년3월) 연결 기준 순익이 9621억엔으로 전년 대비 240% 늘었고 매출은 19% 증가한 22조641억엔, 영업이익은 270% 급증한 1조3208억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 회계연도 순이익은 1조3700억엔으로 42% 늘고, 영업이익은 1조8000억엔으로 3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WSJ는 과도한 엔저 움직임이 자칫 환율전쟁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엔저로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되면 다른 나라들도 자국 통화 평가절하 경쟁에 돌입해 정치적 갈등이 표면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문은 미 의회가 엔저에 대한 자동차업계의 불만을 의식해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엔화 약세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는 데 따른 전기세 및 식품 가격 인상 등 일본에서도 엔저의 부작용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부터 무역수지 악화 요인인 수입액 증가의 원인이 수입량 증가에서 엔저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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