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추억을 아련하게 불러온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온 서연(한가인 분)의 집이 대표 사례다. 재건축이 아닌 증축을 한 서연의 집은 거실 폴딩도어 앞으로는 바다가, 서연의 방 앞으로는 잔디마당이 펼쳐진다.
우물가 발자국이 있었던 곳은 작은 연못으로 바뀌면서 어릴 적 추억을 고스란히 담았다. 노후화된 주택이 증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살기 좋은 주택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수도권 내 정비사업은 이미 지난해부터 '출구전략'이 한창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뉴타운·재개발구역 8곳을 시범구역으로 지정해 첫 실태조사를 실시, 강동구 천호동을 제외한 7곳을 해제했다. 올 1월에도 서울시는 18곳의 재개발·재건축정비(예정)구역을 해제하는 등 15일 현재 총 52곳이 해제됐다.
해제된 정비구역들은 모두 재생이 필요한 곳이다. 주민들이 재건축을 반대하는 이유는 추가부담금 때문이다. 즉 기존 주택들을 허물지 않기로 했지만 고쳐써야 한다는 얘기다. 노후화된 도시재생을 위해선 비용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도시재생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도시재생은 건물뿐 아니라 지역경제와 고용을 아울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득세 감면 등으로 기업 이전을 유도해 고용을 유인하면 주민들의 소득수준이 나아져 스스로도 도시재생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뉴타운 재개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면 철거를 통해 아파트 공급 위주의 사업이 추진되면서 도시의 골격이 해체되고 기존 주민공동체가 와해됐다는 점이다. 앞으로 도시재생은 기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보호하면서 생활편의와 도시미관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말에는 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시재생법)이다. 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재원 마련 조항이 빠지면서 도시재생법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박사는 "법에는 큰 윤곽만 담고 중앙정부는 권한위임과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시장 활황기에는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만으로도 민간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해 재정비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재원조달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는 TIF(조세담보금융) 등 지역 실정에 맞는 재원조달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김 박사는 조언했다. TIF란 재산세 등 개발 이후 늘어나게 될 조세수입을 담보로 지방채권을 발행해 TIF지역에 소요되는 재원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들도 중장기적으로 리모델링 등을 스스로 추진하려면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립할 필요성이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의료혜택 때문에 다시 도시로 모여들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주거시설이 균형있게 공급돼야 한다는 게 이 실장의 생각이다.
그는 "도시노후화로 철거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 리모델링이 답"이라며 "법률도 기존 건축 인허가 등 신축을 위한 법 위주에서 리모델링 등 도시재생을 위한 법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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