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대국민사과, 여론 진정 효과 낼까?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3.05.09 17:35

대리점 피해자협회 "진정성있는 구체적 행동 보여달라"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남양유업 사태에 대한 대리점협의회 입장발표 및 각계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리점협의회 회원들과 참여단체는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사항 이외에 대리점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 사죄와 대리점주와 본사 간의 단체교섭권 보장 및 협의체 구성에 대한 보장 등 추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 뉴스1
직원 욕설 파문과 밀어내기 관행으로 '갑(甲)의 횡포' 논란을 빚고 있는 남양유업이 9일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과연 비등해진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지 속단은 어렵다.

사건 당사자인 대리점피해자협의회 측도 여전히 "진정성 없는 사과"라고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30대 남양유업 직원이 50대 대리점주에게 막말을 한 음성파일이 지난 3일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면서 남양유업에 대한 부정 여론이 확산됐다.

바로 다음날 남양유업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라면 상무' 등으로 촉발된 갑-을(甲-乙) 관계에 대한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3년 전 녹음된 이 문제의 파일도 남양유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일부 대리점주들의 문제제기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다. 이들 대리점주들은 올 1월부터 "남양유업이 밀어내기와 떡값 등을 강요하고 있다"고 시위를 벌였는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욕설 파문으로 갑자기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사과문 게재 닷새만인 이날 결국 김웅 대표가 전면에 나와 대국민 사과를 했다. 1964년 창사 이래 첫 언론간담회다. 대국민 사과 골자는 밀어내기 관행에 대한 인정과 사과, 대리점주 측에 대한 고소 취하, 반송 시스템 등 상생 방안 마련 등이었다. "남양유업이 앞으로는 사과문을 내놓고도 뒤로는 고소를 이어가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리점피해자협의회 측은 이번 대국민 사과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논평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허위사실 유포라며 법적 대응 운운하더니, 욕설 파일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쇼'를 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

이날 김 대표가 기자회견 후 직접 시위 현장을 찾아가 사과를 시도했지만 거부를 당하기도 했다. 남양유업 측은 "먼저 사과를 하려해도 받아들여주지 않는다"고 답답해하는 표정이다.

오너인 홍원식 회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은 점도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대국민 사과 당일에도 홍 회장은 자사주를 매도해 눈총을 샀다. 김 대표는 이날 "회장은 대주주일 뿐 회사 공식 직책이 아니다. 실제 업무는 본인이 총괄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서지 않겠냐는 예상도 내놨지만, 회사 측은 "그럴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대리점피해자협의회 측은 "진정성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제품 밀어내기의 수법으로 사용된 전산조작 등 불법적 행위에 대한 사죄 △대리점주의 인격을 모독하는 언어와 강압적 행동 등에 대한 사죄 △대리점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 사죄 △대리점주와 본사 간의 단체교섭권 보장 및 협의체 구성에 대한 보장 등으로 구체적이다. 남양유업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임하느냐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리점주 입장에선 그동안 귀를 기울여주지 않던 남양유업이 여론에 등 떠밀려 사과를 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진정성 있는 변화 노력을 보이지 않을 경우 '갑의 횡포'에 대한 반발심이 높은 유통 자영업자들의 불매 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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