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남양유업 "밀어내기 인정·사과..고소도 취하"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3.05.09 16:09

(종합)연간 500억 규모 대리점 상생기금 운영..반송시스템도 도입

남양유업의 김웅 대표(오른쪽 두번째)와 본부장급 이상 임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중림동 브라운스톤서울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영업직원 폭언 사태와 밀어내기 관행 등으로 '갑(甲)의 횡포' 논란을 빚고 있는 남양유업이 9일 "밀어내기 관행이 있었던 점을 인정하고, 개선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또 대리점 피해자협의회 측에 대해 제기했던 고소도 모두 취하하고, 반송시스템 등 상생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김웅 남양유업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림동 브라운스톤서울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련의 사태에 대해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환골탈태의 자세로 영업환경을 재정비해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영업현장에서의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대리점 피해자협의회 측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적극 협조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를 하는 한편 상생 방안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대리점 인센티브 및 거래처 영업활동 지원을 기존보다 2배 늘려 연간 500억원 규모의 대리점 상생기금을 운영할 것"이라며 "대리점 자녀장학금 지원제도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밀어내기 행태가 원천 차단되도록 '반송 시스템'을 도입하고, 대리점 고충이 즉시 경영진에 전달될 수 있도록 전담 기구도 운영키로 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를 뼈저린 교훈으로 삼아 대리점과 함께 성장·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반성하는 자세로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남양유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 대표 외에 남양유업 본부장급 이상 임원들과 지점장 등 12명이 참석했다. 다만 오너인 홍원식 회장은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회장은 회사 공식 호칭이 아니고 대주주로서 부르는 호칭"이라며 "실질적인 의사 결정을 제가 했기 때문에 제가 사과를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 회장이 최근 잇따라 자사주를 매도한 것과 관련 김 대표는 "홍 회장이 개인적으로 은행 채무가 있었다"며 "지난달 중순부터 한국거래소를 통해 매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는 홍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매도를 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후 1시 50분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시위 중이던 욕설 녹취록의 피해 대리점주를 찾아가 거듭 사과 했지만 해당 대리점주는 "나는 피해자대리점협의회 일원이다. 협의회에 공식 사과하라"며 거부했다.

피해자 대리점 협의회 측은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발표 내용을 보면 직원 한 명의 일탈로 축소돼 있다"고 꼬집으며 "소비자에 대한 깊은 사과에 함께 피해대리점에게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행동, 한국시민사회연합회 등 150여개 시민사회·직능·자영업 단체는 남양유업 측이 피해자들에게 완벽한 보상을 해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남양유업이 형식적인 사과만 고집하면 오는 20일부터 600만명의 자영업자들이 동참해 불매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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