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자금 조달통로 CB 다시 살아나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13.05.10 06:15

CB발행건수 39% 줄었으나 조달액은 4.2배로 증가.. "자금흐름 예측성 높아"


물류회사 인터지스가 최근 75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창사 이후 최초로, 55년 만에 발행된 CB다. 아트원제지도 이달 3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키로 했다. 이는 2001년 이후 12년 만의 CB 발행이다.

상장사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CB를 발행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한때 인기를 끌던 BW(신주인수권부사채)의 경우 편법활용 논란으로 규제가 예고된 데다 자금흐름을 예측하는데 CB가 BW보다 매력적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초순까지 국내 상장사의 CB 발행건수는 1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8건에 비해 39.3% 줄었다. 코스피 상장사의 CB 발행건수는 지난해 3건에서 올해 8건으로 늘어난 반면 코스닥 상장사의 CB 발행건수는 25건에서 9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발행내역 등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28건의 CB 발행 중 절반이 넘는 15건이 10억원 미만 소액공모 방식이었다. 지난해 CB 발행건수는 많았지만 상당수 기업이 이렇다 할 기관투자가를 물색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소액으로 개인 등을 대상으로 급전을 조달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1월부터 5월 초순까지 CB를 통한 자금조달 계획규모는 1535억원에 불과했다.

올 들어 공시된 17건의 CB 공시 중 소액공모 방식의 자금조달은 와이즈파워 1건에 불과했다. CB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도 지난해의 4.2배 수준인 6519억원에 달했다.

시장별로 보면 코스피에서 CB 발행공시는 올 들어 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건)의 2배 수준이다. 코스피기업의 CB 발행규모도 지난해 466억원에서 1790억원으로 3.8배 늘었다.

코스닥시장에선 CB 발행공시가 9건으로 지난해(25건)에 비해 3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올 들어 CB를 통한 자금 조달규모는 47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69억원의 4배를 웃돌았다. 셀트리온이 해외에서 3264억원을 조달한 1건을 제외하더라도 CB를 통한 회사별 평균 조달금액은 183억원으로 지난해(43억원)의 4배 이상에 달했다.


일반 회사채에 비해 CB나 BW는 각각 전환청구권, 워런트(신주인수권)를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이 적용돼 발행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 중 CB의 전환청구권은 채권과 분리할 수 없는 데 반해 BW는 채권과 워런트를 별도로 거래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CB에 비해 낮은 발행금리(표면·만기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BW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업 입장에선 그러나 BW가 CB에 비해 유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 BW는 채권·워런트의 분리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발행금리를 더 낮출 수는 있으나 대개 BW의 채권에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걸려 있다. 만기 이전에 언제든 채권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흐름을 예측하기 힘들다.

반면 CB 투자자는 대개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 이자수익만 가져가거나 만기 이전에 채권과 주금을 상계처리해 주식을 받아간다. CB 발행기업으로서는 자금흐름을 예측하기가 그만큼 편해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BW를 더 선호하지만 안정적인 자금흐름을 원하는 기업들에 CB의 매력도 나쁘지 않다"며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되는 8월 이전까지 BW를 발행할 수 있는데도 최근 CB 발행이 늘어난 것도 이런 점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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