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파트너'→'기업사냥꾼' 돌변한 日오릭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3.05.10 08:24

STX에너지 경영권분쟁, 법정공방 번질듯..."헐값에 경영권편취 시도"vs"그룹 부실전이 차단"

STX에너지 경영권을 두고 STX그룹과 일본 종합금융회사인 오릭스가 '법적 분쟁'에 사실상 돌입했다. 오릭스는 STX와 전략적·재무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지난 해 지분 투자를 한 STX에너지의 최대주주다.

STX는 오릭스가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틈타 헐값에 국가 기간산업인 에너지 회사의 경영권 찬탈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오릭스는 그룹 부실의 전이를 막기 위해 지분을 추가 확대하고 경영권을 넘겨받겠다는 입장이다.

◇전략파트너? 기업사냥꾼?=오릭스는 2010년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를 설립해 국내 자본시장에 본격 진출한 일본 금융그룹이다. 같은 해 푸른2저축은행을 사들여 현재 오릭스저축은행을 운영 중이다.

STX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작년 10월에 이뤄졌다. 오릭스가 일본과 아시아 지역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사업 확대와 유동성 부족으로 외자 유치가 절실했던 STX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때문이었다. 오릭스는 2007년 STX중공업(당시 STX엔파코)에 지분을 투자한 경험이 있어 양측의 우호 관계도 전략적 제휴의 배경이 됐다.

오릭스는 당시 STX에너지에 3600억 원을 투자했다. STX조선해양이 보유한 구주(1210억 원) 인수와 함께 의결권이 부여된 제3자 배정 우선주 유상증자(1940억 원) 참여로 지분 43.1%를 확보했다. 여기에다 (주)STX가 보유 지분 6.9%를 추가로 가져올 수 있는 교환사채(EB. 450억 원)도 사들였다. 결과적으로 오릭스가 STX에너지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고 (주)STX(43.1%)가 2대주주로 내려앉는 구조다. 다만 경영권은 계속 STX가 행사하기로 했다.

양측의 파트너십은 올 들어 STX의 유동성 압박이 심해지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오릭스가 EB 옵션 행사 시점을 앞당겨 지난 달 STX에너지 최대주주(지분율 50%)에 오르면서다. STX는 오릭스의 행보가 그룹 재무위기 상황을 이용해 알짜회사인 STX에너지의 경영권을 싼값에 편취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후정산 지분율 조정' 독소조항=오릭스가 애초 STX에너지의 경영권 인수를 목표로 지분투자를 한 정황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양측은 지난 해 계약 당시 신주로 발행된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비율을 조정할 수 있는 '사후정산' 조항을 삽입했다.

STX에너지 자회사인 STX솔라나 해외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비율을 높여 결과적으로 오릭스 보유 지분이 최대 88%까지 늘어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계약조건은 양측이 지분투자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오릭스가 대금납입 직전에 요구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STX가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STX에는 '독소조항'이었던 셈이다. STX 관계자는 "당시 자금유치가 절실한 상황이어서 오릭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오릭스는 최대주주에 오르기 전인 지난 4월 초에는 STX에너지 3대주주인 반월열병합발전소 수용가조합과 우리사주조합 등 소수 주주들에게 지분 인수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STX로부터 인수한 구주 가격에 사줄 테니 지분을 넘기라는 제안이었다.

STX 관계자는 "오릭스가 최대주주가 된 후 이사회 멤버를 교체해 경영권을 행사하려는 목적에서 지분 확대를 시도한 사례"라고 말했다. 오릭스측은 "사후정산으로 지분율이 상승하면 소수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될 우려가 있어 피해를 줄이기 위해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주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STX vs 오릭스 '소송전' 갈듯= 이번 사례는 현대엘리베이터와 2대주주인 스위스 쉰들러홀딩아게가 벌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과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의 외국계 기업이 취약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거나 경영 위기에 봉착한 투자기업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STX와 오릭스도 현대엘리베이터 사례처럼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TX는 현재 국내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와 STX에너지 경영권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STX 관계자는 "전환비율이 조정돼 오릭스가 88%까지 지분을 확보하면 1조원 가량의 가치가 있는 에너지기업을 일본기업이 반값에 가져가는 셈이 된다"며 "STX에너지를 제값을 받고 국내 업체에 넘기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STX는 보유 지분 43.1%와 함께 오릭스에 넘겨준 지분 6.9%에 대한 콜옵션을 강덕수 회장이 행사해 찾아 온 후 한앤컴퍼니에 의결권을 위임하고 경영권까지 넘긴다는 계획이다. 양측은 이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이달 안에 본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오릭스는 STX가 경영권 매각에 나설 경우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릭스 측 관계자는 "법리상 동의 없는 경영권 매각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며 "소송 여부와 관련해선 조심스럽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STX에너지의 3대주주이자 STX 우호지분인 수용가조합은 전날 오릭스를 상대로 '신주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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