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전자·반도체 CEO '총출동'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현수 기자, 정지은 기자 | 2013.05.08 11:16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다섯번째) 등 전자·반도체 업체 CEO들이 '안전보건리더회의'에 참석해 결의문을 들고 선서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CEO들이 자리에서 주춤주춤 일어났다. 회의 진행자가 "결의문을 낭독할테니 모두 일어서 달라"고 주문한 직후였다. 이들은 회의 관계자가 결의문을 읽어 내려가는 수 분 동안 선서 자세로 서있었다.

8일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서울 반포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전자·반도체산업 안전보건리더 회의' 모습이다.

최근 불산 사고에 대한 사회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이라도 하듯, 이날 회의에는 권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SK하이닉스, 엘지실트론 등 31개 전자·반도체 기업의 CEO들이 총출동했다. 지난 달 화학업체 CEO들이 사고 예방 결의를 위해 고용부에 모인 적은 있었지만, 전자·반도체 업체 CEO들이 안전사고 문제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고용부의 재발 방지 경고에도 불구 사고가 잇달아 터진 만큼, 이날 회의에 참석한 CEO들은 자못 긴장한 모습이었다. 실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는 지난 1월 불산 노출로 5명의 사상자가 나온 데 이어, 지난 2일 같은 장소에서 불산 노출로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LG실트론은 지난 3월 2일, 불산·질산·초산 등이 섞인 혼산이 누출되었고, 같은 달 22일에는 폐수처리장 이송 배관 균열로 폐혼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회의장에 들어서기 전 권오현 부회장은 "대책은 항상 마련하고 있다"면서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이 알아서 잘 하실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개정안은 사고발생 개별사업장에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라며 "특히 동일 장소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안전의식이 결여된 것으로, CEO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경한 어조로 "고용노동부 입장에서는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감독 책임라인을 묻고 문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CEO들의 결의문은 "모든 사고의 근본적인 책임은 우리 CEO에게 있음을 분명히 인식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안전경영을 책임있게 실천하기 위해 본사에는 안전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현장의 안전조직을 강화한다"는 다짐도 들어있다.

고용부는 지난 4월 화학업체 CEO를 불러 모은 이후 또다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던 모습이다. 방 장관은 "이날 회의가 언론을 통해서 나가게 되면 기업들이 국민들께 드리는 메시지도 전달될 거라 본다"며 CEO들을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고용부는 원청업체 책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의 체계적 관리 △안전수칙준수 풍토 조성 △화학사고예방 인프라 강화 등이 포함된 '중대 화학사고 예방대책'을 마련해 9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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